OECD는 지난달 말 발표한 ‘2016년 더나은삶지수’에서 한국의 대기환경이 34개 OECD 회원국을 포함한 조사 대상 38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OECD의 잇따른 경고를 보면 우리가 대기오염을 이대로 내버려둘 경우 사람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악화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기오염이 이렇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가 최근에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은 출시 10년이 넘은 경유차의 수도권 진입을 금지하는 등 재탕 삼탕의 미봉책에 불과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지적했듯이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원인과 실태 조사다. 진찰도 하지 않고 내놓은 처방이 환자를 살릴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당장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날 오히려 산간벽지의 농도가 더 높은 이유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국내 발생원 중 절반 정도가 산업체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산업별·업체별 배출량 등도 모르고 있다. 해외 요인도 짐작만 할 뿐 과학적 조사는 이뤄져 있지 않다. 중국과 몽골 등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어느 경로로 어느 정도 양이 유입되는지 등을 모른 채 대책을 세울 수는 없다.
미세먼지의 구성성분을 분석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전국의 대기오염측정소는 506곳이나 되지만 이 가운데 구성성분 분석이 가능한 대기오염집중측정소는 6곳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중국 등과의 환경 협력도 필수적이다. 중국 등에 미세먼지 공동조사를 먼저 요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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