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수학여행은 경주, 제주 등 국내 지역 탐방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해외로 가는 수학여행이 점차 늘어나면서 수학여행조차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3일 라디오 프로그램 ‘한수진의 SBS 전망대’는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국내 여행지 선택지가 없는 수학여행 가정통신문을 받은 학부모와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인터뷰에 응한 학부모는 “중국과 백두산, 캄보디아 중에 선택해야 했다. 여행지마다 90만~130만원이 든다고 쓰여 있었다”며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3분의 1 정도가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학생은 그 기간 동안 학교에서 자습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한 학부모는 “어떤 아이들에게는 (수학여행에 가지 못한 것이) 평생 갈 상처가 될 수도 있다”며 “경제 사정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학여행 비용 양극화 현상은 매년 지적되는 문제다. 지난해 1학기 교육부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수학여행비가 가장 비싼 10개 학교의 수학여행비는 평균 250만원 정도다. 대전동신과학고의 수학여행 비용은 448만2,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충북과학고(303만9,000원), 한민고(297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들 학교는 일본, 미국, 유럽 등 해외로 수학 여행을 떠났다.
반면 수학여행비용 하위 10개교의 학생 1인당 평균 수학여행 경비는 4만2,475원으로 상위 10개교 평균 비용의 2%도 되지 않은 금액인 것으로 조사됐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수학여행의 참뜻을 잃어가고 있는 교육 현실을 지적하며 “한 학교에서 100여 명이나 못 가는 것은 수학여행이 아니라 오히려 반 교육적인 행사가 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육부나 교육청 측에서) 수학여행비도 20만원 안팎은 넘을 수 없게 하는 기준을 만드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김인경인턴기자 izzy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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