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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때 건강한 난자 보관…"불임 걱정 싹"

['차병원 서울역 난임센터' 가보니]

난자 질 우수할때 동결시켜

"노산 위험…미래 위한 대비"

비싼 비용·육체적 고통에도

35~40세 미혼 女 이용 늘어

차병원 서울역 난임센터에 난자 보관 탱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탱크에 질소가 유입되면 온도가 극저온인 영하 200도까지 떨어져 채취된 난자가 동결된다. 탱크 속에 보관된 난자는 필요시 해동해 인공수정을 거친다. /사진제공=차병원




지난 10일 서울역 인근 서울스퀘어 2층에 자리한 차병원 서울역 난임센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니 왼편으로 탱크 6대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제일 끝에 자리한 탱크 하나에서는 흰색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다. 이 탱크 안에 있는 것은 ‘난자’다. 올해 2월 차병원 서울역 난임센터가 본격 운영에 들어간 후 이곳에는 약 60개의 난자가 동결, 보관돼 있다. 난자 냉동에 쓰이고 있는 ‘유리화 난자 동결법’은 차병원이 199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탱크에 슬러시 질소를 넣으면 탱크 온도가 영하 200도까지 떨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동결 보존액이 난자 안으로 파고들어 난자가 유리처럼 굳는 식이다. 이 난자는 필요시 해동해 인공수정을 거쳐 임신에 이른다.

탱크 안에 냉동 보관된 난자 주인은 대부분 ‘미혼 여성’이다. 갈수록 출산 시기가 늦어지는 여성들이 젊었을 때 좋은 난자를 채취, 동결 보존해 결혼 후에 임신을 하기 위해서다. 김자연 차병원 서울역 난임센터 산부인과 교수는 “35∼40세 여성 환자가 70% 이상이고 이 중 기혼자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혼 여성”이라며 “난자의 질만 우수하면 결혼이 늦어도 임신·출산에 영향이 없는 만큼 37세 이전에 건강한 난자를 보관하려는 여성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난자 뱅킹’ 비용은 검사·채취·보관까지 합쳐 회차당 250만∼300만원. 비용만큼 과정도 녹록지 않다. 난자 채취를 위해 과배란 유도 주사를 일정 기간 스스로 배에 놓아야 하고 시술 때는 얇은 바늘로 난소에 있는 난자를 흡입하는 방식이라 육체적 고통도 뒤따른다.



이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혼 여성의 ‘난자 뱅킹’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서울역 난임센터를 포함, 차병원 난임센터 ‘37난자은행’ 조사 결과 지난해 난자를 보관한 미혼 여성은 128명으로 전년(56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갈수록 늘고 있는 국내 불임 환자 수와 무관치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불임 환자 수는 21만7,905명으로 5년 전과 비교해 12% 증가했다. 만혼 트렌드로 ‘불임’ ‘난임’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미래를 위한 대비 차원에서 홀로 난임센터를 찾는 미혼 여성이 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냉동을 위해서는 보통 한 번에 10개 정도의 난자를 채취하는데 30대 후반으로 갈수록 채취할 수 있는 난자 수는 급격히 줄어 심하면 1회에 한두 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난자 뱅킹은 비교적 젊을 때 이용하는 것이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좋다”고 조언했다.

2세 준비는 비단 여성만의 얘기는 아니다. 난임의 30%는 ‘남성난임’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흡연과 음주, 전자파 노출로 정자 기능이 떨어지고 무정자증을 앓고 있는 남성이 늘어 정자를 냉동하는 남성도 증가세다. 나이 영향은 여자에 비해 적지만 주로 항암 치료 등으로 무정자증이 염려되는 남성들이 ‘정자 뱅킹’을 찾는다. 김 교수는 “난임은 질병이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이 나오고 있다”며 “난자 뱅킹, 정자 뱅킹 등은 만혼과 노산의 시대에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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