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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차상윤 안젤로고든 한국 대표] "오퍼튜너티 투자,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게 중요"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계기

기업금융 'IB맨'서 부동산 전문가로

늘 도전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즐거워

부동산 성격이 장소와 잘 어울리는지

어떻게해야 가치 끌어올릴 수 있는지

다양한 시각과 고민이 고수익의 비결

국내 생활수준 못미치는 아파트 많아

주거·리테일 부문 가치상승 여력 커

차상윤 대표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송은석기자




차상윤(45·사진) ‘안젤로고든’ 한국 대표는 ‘부동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사람이다. 부동산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던지자 “예, 정말 좋아합니다”라는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말을 하는 차 대표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 앞에서 희열을 느끼고는 한다. 차 대표는 자신의 일이 매일매일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일이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적으로 30조원이 넘는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안젤로고든이 한국에서 추구하는 기대수익률은 최소 20% 이상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가장 익숙한 상업용 부동산인 오피스의 수익률이 5%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네 배 이상 높다. 남들과 똑같이, 이전에 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일해서는 달성할 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다. 그런 측면에서 차 대표는 안젤로고든의 투자에 대해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측면이 있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우연에서 운명으로, 부동산과 사랑에 빠진 M&A 전문가

사람들은 늘 곁에 있는 대상이나 존재에 대해서는 소중함을 망각하고는 한다. 그런 점에서 차 대표는 부동산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부동산과 인연을 맺게 된 것 자체가 몇 번의 우연이 겹쳐 운명처럼 다가온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공식 직함은 안젤로고든 아시아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한국 대표이사다. 그는 안젤로고든의 아시아 지역 투자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 출신으로는 글로벌 부동산 투자 회사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까지 올라간 인물이다.

하지만 차 대표 본인도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을 때만 하더라도 장래에 한국에서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1994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메릴린치투자은행 미국 본사에 입사하며 투자은행(IB) 세계에 입문했다. 그가 맡은 업무는 기업 ‘인수합병(M&A)’이었다. 이후 1996년 싱가포르로 옮겨 기업금융과 관련된 일을 맡았다. 첫 번째 우연은 이때 발생했다.

때마침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진 것이다. 곧바로 한국으로 발령이 나 국내 대기업들의 자산 매각 업무를 맡았다. 차 대표는 당시 상황에 대해 “잠깐 동안 여유를 갖고 아시아 시장을 둘러본 후 MBA 과정을 밟을 계획이었는데 뜻밖의 사건이 터지면서 당초 계획과 다르게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그 덕분에 한국의 상황에 대해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치고 2000년에 다시 아시아로 돌아왔다. 그 뒤 도이치은행 홍콩지사에서 한국 벤처 투자를 담당했다. 이때 그의 운명을 바꾼 두 번째 우연이 발생한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이 터지면서 해당 부서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차 대표는 “바로 옆에 부동산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부서가 있었는데 그쪽에서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으면서 부동산을 처음 접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도이치은행의 자기자본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업무를 하다가 이후에 기관들의 돈을 모은 펀드를 만들어서 투자하는 체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도이치은행 홍콩지사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에 부동산 사업부를 만드는 업무를 총괄했다”고 설명했다. 차 대표 인생의 경로가 기업금융에서 부동산으로 전환되던 순간이었다.

●안젤로고든과의 운명적인 만남

기업금융 전문가였던 차 대표가 부동산을 더욱 사랑하게 된 데는 안젤로고든과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06년 안젤로고든이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할 당시 합류했다. 차 대표는 본인 스스로에 대해 “너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정신없어 보일 정도”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안젤로고든이 한국에서 추구하는 투자 전략은 차 대표의 개인적인 성향과도 잘 맞아 보인다.

안젤로고든은 한국에서 최소 20%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오퍼튜너티(Opportunity)’ 성격의 자금이다. 이 같은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고민하는 힘이 필요하다.



차 대표는 “저희는 안정적인 코어 자산이 아닌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오퍼튜너티 투자자이기 때문에 최대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기존에 있는 것들이 왜 잘못됐는지를 생각하고 그 잘못돼 있는 것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다각적인 시각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안젤로고든의 부동산 투자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안젤로고든은 우선 해당 부동산이 그 장소에 어울리는지를 본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SC제일은행이 잠실 롯데 인근에 소유하고 있던 전산센터를 사들인 다음 매각한 경우다. 당시 차 대표는 그 자산의 활용도가 상당히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잠실 지역의 특성상 전산센터보다는 오피스나 주거시설이 들어설 경우 부동산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안젤로고든은 SC제일은행으로부터 전산센터를 매입해 철거한 뒤 오피스나 주거시설을 세울 준비를 했다. 그러던 중에 현대해상이 높은 가격을 제시해 해당 부지를 매각했으며 실제 현대해상은 현재 그 자리를 오피스 빌딩으로 사용하고 있다.

차 대표는 “부동산 투자 시 최우선적으로 보는 것은 가격이지만 그다음으로 해당 부동산이 그 장소에서 가장 최적화된 성격의 자산인지를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의 성격이 위치와 어울린다고 판단되면 다음으로는 용적률 상향이나 재개발 등 그 부동산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과거 GS건설이 사옥으로 사용했던 서울 남대문 인근의 GS역전타워가 그런 경우다. 당시 GS역전타워는 GS건설 이전으로 100% 공실이 예정된 건물. 당시나 지금이나 국내 기관들은 선호하지 않는 투자대상이다.

차 대표는 “당시 GS건설이 광화문에 들어서는 신축 건물인 그랑서울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가격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던데다 물리적으로 빌딩을 개선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고 투자 배경을 밝혔다. GS역전타워는 현재 75% 정도 입주가 완료된 상태이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매각할 예정이다.

●한국인의 생활 수준에 못 미치는 부동산, 향후 가치 높아질 여력 커

안젤로고든이 추구하는 투자 전략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는 흔하지 않은 전략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국내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했을 당시 들어온 외국계 투자가들이 오퍼튜너티 성격의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리기는 했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상당수가 한국을 떠났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코어(Core) 성격의 자산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 새로 들어오는 외국계 투자가들도 주로 코어 자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차 대표는 앞으로 당분간은 오퍼튜너티 성격의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젤로고든이 한국에서 오퍼튜너티 성격의 투자를 고수하는 이유는 여전히 국내 부동산 자산의 수준이 한국 경제와 한국인들의 생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년간 오피스 시장은 많이 개선됐지만 주거나 리테일 부동산은 아직 한국인들의 생활 수준에 못 미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가의 아파트가 모여 있는 곳 중 하나가 압구정동인데 아파트의 외관이나 내부시설이 생활 수준 대비 상당히 떨어진다”며 “향후 주거나 리테일 부동산도 사람들의 생활 수준에 맞게 변해갈 것이며 이에 맞춰 관련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안젤로고든은 그간 주거와 리테일에 투자한 경험도 갖고 있다. 안젤로고든은 잠실 석촌호수 인근에 약 500가구의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을 공급했으며 한남동에서도 270여가구의 주거시설을 분양했다. 또 가장 최근에는 토지비와 개발비 등 총 450억원 정도를 들여 을지로 명동에 위치한 근린상가를 사들였다. 이 자리에 신축 리테일 빌딩을 지을 계획이다.

그는 “1937년에 지어진 이름도 없을 정도로 낡은 빌딩인데다 용적률이 230%밖에 되지 않는다”며 “매도자가 급하게 돈이 필요해 가격도 적당하게 나온데다 용적률을 800% 가까이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외 다른 지역에서도 주거시설 분양과 중소형 리테일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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