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가 가까워질수록 글로벌 경제를 뒤덮은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럽연합(EU) 탈퇴 지지율이 오르면서 주요국 통화가치 변동성이 커지고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도 가중되는 형국이다.
1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13일 여론조사 업체 ICM과 브렉시트 지지에 관해 공동 조사한 결과 찬성이 53%로 반대(47%)보다 6%포인트 높게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는 2주 전 같은 여론조사와 비교했을 때 찬성이 1%포인트 오르고 반대는 1%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가디언은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집계에서 제외한 결과라고 전했다. 다른 여론조사 업체인 유고브가 12~13일 진행한 지지율 조사에서도 브렉시트 찬성이 46%로 반대(39%)를 7%포인트나 앞섰다. 지난 9∼10일 실시한 유고브 조사에서는 찬성이 43%로 반대(42%)와 초접전 양상을 보였지만 불과 며칠 만에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가디언은 영국 내에서 이민자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브렉시트 찬성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영국 통계청은 지난해 순이민자 수가 통계 작성 이래 두 번째로 많은 33만3,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아프가니스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용의자가 저지른 총기난사 테러도 영국 내 반(反)이민·반EU 여론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신문과 인터뷰한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이민 문제 등으로 브렉시트 찬성 세력이 힘을 얻는 상황”이라며 “국민투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1.4116달러까지 떨어지면서 4월14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안감 확산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면서 엔화가치도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경우 엔고 부담으로 일본증시가 급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도 14일 장중 -0.001%를 기록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세계금융 1번지’인 미국 월가도 브렉시트 우려로 불안한 상황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금융시장의 ‘공포지수’로 일컬어지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하루만도 23.14% 급등한 20.97로 마감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약 5년 만에 최대다. CNBC와 인터뷰한 미국 투자회사 컨버젝스의 니컬러스 콜러스 전략가는 “브렉시트 투표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복잡한 변수들로 시장에 불확실성에 따른 공포감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