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실시된 미국의 국민수면장애연구에 따르면 종업원의 수면 부족에 따른 사고와 생산성 감소로 발생하는 미국의 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국립수면재단이 실시한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지난 1999년부터 2009년 사이에 미국인들 중 하루에 6시간도 채 못 자는 사람들의 비율이 13%에서 20%로 늘었으며 2009년에는 경제적 문제로 미국인의 3분의1이 숙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한국 노동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국가들 중 3위에 해당하며 이는 미국(1,789시간)과 일본(1,729시간)에 비해 훨씬 높다. 이러한 통계로 미뤄볼 때 근로자의 수면 부족이 한국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업원들이 수면 부족일 때 나타나는 여러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최신의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마이클 크리스천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와 알렉산더 엘리스 애리조나대 교수는 최근 미국의 간호사와 학생들의 수면 부족 문제에 대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수면 부족은 혁신적인 생각이나 리스크 분석, 전략적 기획 등을 요구하는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간호사와 학생 두 그룹 모두에서 일탈과 비윤리적 행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부족에 시달린 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무례하거나 부적절한 반응들을 보였고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감독관이 없을 때 약속된 참가비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가려고 하는 비윤리적인 행동 패턴을 보였다. 이 연구는 수면 부족이 뇌 기능에 필요한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 대사를 감소시켜 뇌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데 특히 감정 및 행동을 억제하는 전액골피질에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수면 부족이 단지 업무상의 실수나 오류를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무례하고 일탈적인 행동들을 야기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수면 부족은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심야에 상사가 보내는 e메일에 답변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며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길어져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못 자는 것도 흔한 일이다. 밤을 새우며 마감 시간까지 업무에 매달려 있거나 주말에 몇 시간 할애하면 처리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주중 심야 시간까지 사무실에서 업무하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증거로 인식되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많은 MBA 학생들이 장시간 노동을 바람직한 노동윤리로 간주하는 조직문화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압박감과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근 필자가 미국 유수의 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는 노동자들이 수면 부족을 경험할 때 비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할 뿐 아니라 상사나 동료들의 비윤리적인 제안에 더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편 카페인을 통해 여분의 에너지를 얻었을 때 비윤리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충동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최근의 학술연구에 입각해 몇 가지 제안을 한다면 우선 현실적인 것은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제공하고 업무 스트레스로 피로를 호소하는 직원들에게 비록 짧은 시간이나마 낮잠을 잘 수 있도록 권유하는 것이다. 한국의 몇몇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직원들이 실제로 마음 편히 회사에서 낮잠을 잘 수 있을지는 이 제도에 대한 경영진의 메시지가 직원들에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달되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또한 일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수면 부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무료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제공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물론 카페인 섭취가 수면 부족이 초래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카페인이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기업의 경영자들도 직원들의 충분한 수면과 휴식 시간을 보장해 그들의 육체적 건강까지 배려하는 것이 한국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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