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체의 해외송금 허용은 70년간의 은행 독점체제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일단 반길 만한 일이다. 그간 핀테크 업체의 외화송금은 기존 은행계좌를 거치도록 엄격히 제한하는 바람에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송금 한도를 소액으로 묶어놓을 방침이어서 거래간편성이나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 같은 제도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니 금융당국이 말로는 핀테크를 키운다면서도 실제로는 기존 은행권의 이해관계만 대변한다는 소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핀테크가 성공하자면 제도권의 틀을 깨는 혁신적 금융상품과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국 알리바바의 재테크 상품 ‘위어바오’가 은행권의 반발을 뚫고 단기간에 1위 펀드로 올라선 것은 우리로서는 마냥 부러운 일이다. 신성장동력을 키우려면 최대한 반시장적 규제를 가하지 않는다는 중국 정부의 일관된 원칙이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을 4%(의결권 기준)로 제한한 은행법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금융당국은 늘 핀테크 산업이 금융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해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개인간(P2P)대출부터 빅데이터 같은 혁신기술의 활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핀테크는 국경을 무너뜨리며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는데도 겹겹의 규제에 얽매여 혁신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셈이다. 정보기술(IT) 강국인 대한민국이 갖은 규제에 얽매여 핀테크 후진국으로 전락했다는 소리는 더 이상 듣지 말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