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죠. 시작부터 끝까지 스릴 넘치고 놀라움으로 가득한… 이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를 하길 바랍니다.”
신선한 스토리와 감각적인 동작, 여기에 차이콥스키의 장엄한 음악까지 더해졌다. 현대무용가 최초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 받은 천재 안무가, 매튜 본(사진)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한국 무대에 올려진다. 매튜 본은 가녀린 여성 백조 대신 웃통 벗은 근육질의 남성 백조를 내세운 파격적인 ‘백조의 호수’로 이미 차이콥스키 고전 발레의 재해석을 선보인 바 있다. 오는 22일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한국 공연 개막을 앞두고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가 관객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곳으로 안내할 것”이라는 위대한 안무가요 스토리텔러인 그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매튜 본은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이야기의 뼈대만 남겨둔 채,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냈다. 그는 가장 큰 변화는 원작에 없는 뱀파이어 캐릭터라고 했다. “한 세기를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주인공 오로라가 긴 잠에 빠지기 전 한 청년과 사랑에 빠지고, 그녀가 깨어날 때까지 남자가 ‘살아서’ 머물길 바랐죠. 원작 속 요정의 존재를 고려하면 뱀파이어의 등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아니잖아요.”
오로라의 연인이자 그녀를 지키기 위해 뱀파이어가 된 정원사 ‘레오’ 캐릭터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 밖에도 오로라를 당돌한 말괄량이로 바꾸었고, 원작에는 없었던 마녀의 아들을 등장시켜 오로라·레오와 삼각관계에 빠지게 했다. 안무 역시 정형화된 동작을 배제하고 발레·현대무용·뮤지컬·영화·탠댑스 등 이야기 전달에 필요한 동작이나 표현법을 녹여냈다. 신선한 구성으로 이 작품은 2012년 영국 초연 당시 8주간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늘 ‘파격’, ‘혁신’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만큼 작업에 딸려 오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도전 과제가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그는 “관객은 내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기보다는 무엇을 바꾸었는지를 더 궁금해한다”며 “유명한 원작을 머릿속에서 지워내기란 언제나 힘든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구할 수 있는 모든 버전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보며 다양한 해석을 연구했다. 가장 중요한 참고서는 뭐니뭐니해도 음악이었다. 매튜 본은 일찌감치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의 재해석 버전을 선보일 만큼 차이콥스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극장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쓴 최고의 작품”이라며 “그 음악에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감정과 최고의 멜로디가 있다. 차이콥스키만이 내가 이 작품을 만들기로 한 이유”라고 찬사를 보냈다.
작품으로 거창한 교훈을 보여주는 일에는 큰 관심이 없다. 다만 이번 공연에서 전하고 싶은 큰 주제는 사랑이다. “‘사랑은 가장 강력하며, 세상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힘’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물론 해석은 관객의 몫이지만.” 발레 공연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매튜 본의 고민은 6월 22일~7월 3일 LG아트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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