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을 부적절하게 유용한 것으로 드러난 마스조에 요이치(사진) 일본 도쿄도지사가 15일 끝내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달 가까이 정치공방을 벌이며 버텼던 마스조에 도지사가 낙마하면서 2년 전 “실행력을 지닌 유능한 인물”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던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도 곤경에 처했다.
이날 오전 마스조에 도지사는 오는 21일자로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도의회 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마스조에 도지사는 전날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을 포함해 도쿄도 의회 소속 7개 정당이 한목소리로 자신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했으며 이날 중 가결될 것으로 전해지자 물러나기로 했다. 차기 도지사를 뽑는 선거는 다음달 31일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자민당까지 불신임 결의안에 동참한 데 대해 지난 2014년 도지사 선거 당시 마스조에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아베 정권이 직간접적으로 사퇴를 종용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 수뇌부는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이 관련 의혹을 보도했을 때만 해도 2020년 하계 도쿄올림픽 준비를 이유로 도지사 교체 주장에 회의적이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해당 후보를 추천한 정당도 응당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자민당 측은 관련 논의를 차단했다.
그러나 6일 마스조에 도지사가 지인인 변호사 2명을 활용해 자체조사를 벌인 후 “위법성은 없었다”는 변명을 내놓자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도쿄도청 등을 통해 접수된 항의성 민원이 3만1,000여건에 달했고 연일 뉴스와 예능 프로그램 소재로 도지사의 호화출장과 부적절한 정치자금 사용이 오르내리며 자민당에서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음달 10일 치러질 참의원선거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한데다 2010년 야당이던 자민당을 박차고 나가 신당을 세웠던 제명전력도 당내의 부정적 기류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2년 전 도지사를 지지했던 자민당은 여론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쏟아질 것을 우려해 스스로 사임하는 방식을 취하도록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마스조에 도지사의 사퇴가 결정됨에 따라 도쿄는 ‘도시의 얼굴’이 연달아 돈 문제로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앞서 이노세 나오키(일본 유신회) 전 도지사는 일본 최대 의료법인인 ‘도쿠슈카이(德洲會)그룹’으로부터 도지사 선거 직전 5,000만엔(약 5억5,509만원)을 부정하게 받았다는 의혹으로 자리를 내놓았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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