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남과 북의 군인들이 마주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매복하던 양측 군인들이 만나 얘기도 하고 담배도 나눠 피우지만 한편으로는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긴장감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남측 군인은 최전방 수색대대이고 북측 군인은 ‘민경대’다.
DMZ에서 개인화기로 중무장한 양측 군인들이 활동하는 것은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른 것이다. 유엔군 사령부와 북한군(중국 공산군 포함) 간에 체결된 정전협정에서는 어떤 군인이나 민간인도 DMZ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양측 지역 사령관으로부터 허가를 받도록 했다. 활동도 민사행정과 구제사업으로 제한했으며 DMZ 생태 조사와 남북 도로 연결, 공동 유적 발굴 등을 위해 출입하는 민간인들의 경호 임무까지 수행한다. 그래서 정전협정은 이 같은 역할을 하는 군인에 대해 ‘민정경찰(DMZ Police)’이라고 규정했다.
경찰이라고 하지만 수색·정찰·경계 등 대부분 군사적 역할을 수행한다. 남북 모두 최정예 병사들을 민정경찰로 배치하고 이들이 활동하는 DMZ도 영화와 달리 팽팽한 긴장감이 넘쳐흐른다. 원래 남북 4㎞였던 DMZ가 점차 좁혀져 서부전선 등 짧은 곳은 500m에 불과할 정도라고 하니 민정경찰은 언제라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위험지역에서 활동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터진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에 다리와 발목을 잃은 우리 측 병사 2명도 수색대대 소속 민정경찰이었다.
우리 군과 유엔군 사령부가 최근 민정경찰을 추가 편성해 한강 하구에서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했다. 중립수역인 이곳에 민정경찰이 투입된 것은 정전협정 이후 처음이다. 남북 분단 상황을 교묘히 악용해 ‘꽃게 싹쓸이’ 등을 해온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근절될 때까지 민정경찰의 단속 작전은 계속된다고 한다. 북한도 중국 어선의 피해를 입는 만큼 이 지역에서만이라도 남북이 제대로 된 ‘민정경찰’로 공조했으면 한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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