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거래 전용 상하이 A주식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에 또다시 실패함에 따라 중국 당국이 공들여온 위안화 국제화 구상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해 여름 증시 폭락 이후 중국 금융 시장에 쌓인 해외 투자가들의 불신이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며 시진핑 주석의 경제 주도권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금융권은 A주식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이 3년 연속 수포로 돌아간 것에 실망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 정기 발표 이전에 특별 편입될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장 초반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급락세로 출발했던 중국 증시는 오전 장 마감 무렵 강한 상승세로 전환하는 등 당초 예상됐던 큰 동요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A주식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 실패로 자금 이탈 우려가 부각되면서 이날 위안화 가치는 전일보다 0.32% 하락하며 2011년 1월12일 이후 5년5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MSCI가 신흥지수 편입 유보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시장 접근성 부족’이다. 한마디로 중국인 전용 주식인 A주식은 해외 투자가들이 관심을 쏟기에 투명하지 못한 구석이 많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A주가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갖춘 외국 기관의 투자만 허용된다는 점이 큰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외국인이 본국으로 인출할 수 있는 투자자금을 한 달 20%로 제한하는 점도 해외 기관 투자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소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A주 종목이나 지수와 연결된 금융상품을 내놓을 때 중국 당국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장애물 가운로 하나로 지목됐다.
중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 시장의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되면서 상하이종합지수가 0.97% 하락 개장하는 등 대부분 중국 지수가 개장 직후 1~2%의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급락 증시는 내년 6월 정기 편입 결정 이전에 A지수가 특별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MSCI의 언급이 부각되면서 오전 장이 끝나기 전에 오히려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첸지아허 중국 신다증권 수석연구원은 “결국 MSCI 지수 편입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저가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다만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내년 정규 평가 이전에 A주가 특별 편입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데이비드 쿠이 BOA메릴린치 투자전략가는 “A주식이 특별 편입되려면 외국인적격투자 정책과 금융상품 사전승인제도의 개선이 필요한데 중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라며 특별 편입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시진핑 주석이 집권 후 금융 시장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면서 위안화 위상을 높이려 노력했지만 이번 A주식 편입 실패로 이 같은 구상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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