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치~즈.”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소리 내어 불러봤을 ‘치즈’. ‘김치’와 운명적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한국인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그 치즈가 요즘에는 다양한 요리의 주연 혹은 조연이 돼 사랑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유행한 먹방(먹는방송), 쿡방(요리방송) 덕분에 여러 종류의 치즈가 대중에게 알려졌으며 그 영향인지 치즈 소비량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 1인당 치즈 소비량은 1㎏(자연 0.5, 가공 0.5)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2.6㎏(자연 2.1, 가공 0.5)으로 무려 2.5배 이상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가공치즈의 소비량은 0.5㎏을 기점으로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았지만 자연치즈는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자연치즈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체다(영국), 고다(네덜란드), 카망베르(프랑스), 모차렐라(이탈리아), 에멘탈(스위스) 치즈 등이다. 이 치즈들은 전 세계 치즈생산량의 53%를 차지하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대부분 수입하고 있다.
자연치즈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자연치즈 생산량과 제품의 종류는 소비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산 치즈 수입이 연평균 12%씩 증가하고 있다.
최근 낙농가들은 원유 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갓 짠 신선한 우유로 자연치즈와 요구르트를 생산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낙농체험을 함께 운영해 6차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북 임실치즈마을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낙농업 6차산업의 모범사례이다. 1년 365일 체험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만든 찢어먹는 치즈, 구워먹는 치즈 등은 한번 맛본 소비자라면 다시 찾게 되는 치즈로 사랑받고 있다.
실제 유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전국 70개의 목장 중에 제조와 판매만 하는 곳은 24개, 제조 판매는 물론 낙농체험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 46개다. 낙농가의 6차산업화는 ‘자연치즈=수입산’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우리나라 자연치즈의 특색을 만들 수 있다. 당일 생산한 원유를 가공해 유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 신선하고,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소량다품목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낙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득을 다변화하기 위해 ‘낙농업 6차산업화 정책’을 국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낙농가의 소득 다각화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목장형 유가공과 낙농체험목장 운영 등에 대한 현장기술 지원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또한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치즈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 전수를 위해 매년 자연치즈 제조기술 연수와 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목장형 유가공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이루기보다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한 가지씩 이뤄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5월 정부는 규제개혁 회의를 통해 낙농가들이 목장형 유가공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낙농가에서 직접 유제품의 가공 및 유통, 체험관광 사업을 할 경우 기존 대형 유업체의 ‘유가공업’ 업종과 별도로 ‘목장형 유가공업’의 업종으로 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소규모 낙농가의 위탁검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검사방법을 품목별에서 유형별로 개선하고 검사주기도 유제품별 특성을 고려해 매월이 아닌 분기 또는 반기로 완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검사비용이 4분의1로 줄고 목장형 유가공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동양화에 홍운탁월(洪雲托月)이라는 기법이 있다. 이는 달을 그리되 직접 달을 그리지 않고 달 주위의 구름을 그려 달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한국의 목장형 유가공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낙농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246가지의 치즈가 있는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한단 말인가?”라고 프랑스 치즈의 다양성을 소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위스나 프랑스처럼 소규모 목장형 유가공업이 활성화돼 전국 방방곡곡에 ‘치즈가 익어가는 치즈마을’이 생겨나고 목장형 유가공업 낙농가가 수백개로 늘어나 농가마다 독특한 치즈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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