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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東西 전차포 경쟁, 40년 만에 재개

작년 러 아르마타 T-14 등장에

獨도 130㎜ 신형 내놓으며 맞불

독일 라인메탈사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지상군 장비 전시회 ‘유로 사토리 2016’에 전시한 130㎜ 신형 전차포. 러시아도 대구경 전차포를 개발 중이어서 냉전 시대의 전차포 개발 경쟁이 40년 만에 재개될 조짐이다.




전차포 개발 경쟁이 40여년 만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라인메탈사는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16’에서 신형 130㎜ 전차포를 선보였다. 서방국가들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현용 120㎜ 전차포의 원형(라인메탈 120㎜ L/44)이 완성된 시기가 지난 1970년대 중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40년 만의 ‘업 건(up-gun)’인 셈이다.

독일이 새로운 전차포를 유로사토리에 출품한 것은 새로운 위협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2015년 대독 전승 70주년 행사에서 공개한 아르마타 T-14 전차의 두터운 전면·측면 장갑이 두려움을 안겨줬다. 더욱이 러시아는 장차 아르마타 전차의 주포를 152㎜까지 키울 계획으로 알려졌다. 전차포가 대구경 자주포와 같은 수준으로 커진다면 전차포격전에서는 대항 가능한 서방 전차가 없다. 러시아는 이 전차를 오는 2020년까지 2,300대나 뽑아낼 계획이다.

냉전 시절 서유럽 방위의 최전선에서 전차포 개발을 주도한 독일은 예전에 검토한 140㎜ 전차포와 130㎜ 신형 전차포 중에서 후자를 택했다. 140㎜ 전차포의 위력이 크지만 이를 탑재하려면 새로운 차대가 필요한 반면 130㎜는 기존 전차에서 약간의 개량만 거치면 탑재가 가능하다. 독일은 프랑스와 공동으로 후속 연구 및 생산·배치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외신을 종합하면 독일이 계획하는 130㎜ 전차포의 실전 배치 시기는 2025년. 120㎜를 단 레오파드2A1 전차가 1979년 등장했음을 감안하면 46년 만의 전차 주포 교체에 해당한다. 독일은 그동안 120㎜ 전차포의 성능 강화를 위해 포신 길이를 44구경장(‘구경장’이란 구경 대비 포신의 길이)에서 55구경장으로 늘린 신형 전차포를 2000년대 초반 개발·운용해왔다. 우리나라의 K-2 흑표전차의 주포가 바로 포신 길이가 늘어난 120㎜포의 면허생산형이다.



냉전이 시작된 이래 동서 양 진영은 전차포 구경을 경쟁적으로 키워왔다. 서방 진영 전차의 주포가 90㎜ 이하일 때 소련이 100㎜ 전차포를 개발하자 영국제 105㎜ 강선포가 서방 표준이 됐다. 소련이 115㎜와 125㎜ 전차포를 잇따라 내놓으며 우위를 점하자 120㎜포로 맞대응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이후 옛 소련이 해체되면서 경쟁은 더 이상 펼쳐지지 않았다. 대신 전열화학포나 레일건 등 새로운 개념의 전차포가 연구되기 시작했다.

전열화학포를 연구하던 우리 군은 새로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라인메탈사에 따르면 120㎜포 자동 장전장치를 갖고 있는 현용 전차에는 신형 130㎜포를 탑재할 수 있다. 흑표 전차에 탑재가 가능하지만 예산과 군수 지원이 걸린다. 가뜩이나 부족한 휴행탄수의 제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130㎜ 전차포를 채용하면 우리 군은 1세대(90㎜), 2세대(105㎜), 3세대(120㎜), 3.5세대(120㎜ 포신연장형)에 4세대(130㎜)를 모두 사용하는 유일한 군대라는 진기하고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갖게 된다. 그럼에도 군이 이 전차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러시아에 이어 중국, 특히 북한까지 새로운 전차를 장비할 경우 우리 군도 대응 수단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40여년 만에 재개될 조짐인 전차포 개발 경쟁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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