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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ART - B] 마리킴만이 정답은 아니다.

[박소정 큐레이터의 ART - B] 마리킴만이 정답은 아니다.

디홀릭 멤버들 위로 류주항 작가의 Blossom 작품이 빔으로 투사돼 있다./ 사진 = 에이치메이트제공




아트에이젼시 더트리티니 대표


우리나라에서 대중음악과 아트 콘텐츠의 접목을 이야기할 때 팝아티스트 마리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1년 YG의 2NE1 멤버들을 귀여우면서도 시크한 왕눈이 캐릭터로 표현해 그야말로 핫한 아이돌로 만들었다. 어찌나 반응이 뜨거웠던지 마리킴 역시 단숨에 아이돌 못지않은 스타가 됐다. 마리킴은 여세를 몰아 하우스룰즈의 멤버 ‘서로’의 솔로 앨범에도 참여했다.

마리킴을 시작으로 아이돌의 캐릭터화가 붐을 이루기 시작한다. 팝아티스트 찰스장은 ‘로빅’ 이라는 심볼 캐릭터를 만들었다. 남성아이돌그룹 빅스는 첫번째 앨범에서 이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캐릭터 ‘로빅’ 은 태권브이의 눈빛, 건담의 V, 마징가의 마스크, 그랜다이져의 뿔 등 각 로봇 영웅들의 특징을 모두 가졌다. 추억 속 만화영웅들의 귀환이었다. ‘로빅’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빅스의 7번째 멤버로 불릴 정도로 성공을 거둔다.

‘로빅’ 이외에도 유사한 캐릭터 작업은 줄을 잇고 있다. 대중에게 친숙하다는 장점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 효시가 됐다는 점에서 마리킴은 대중음악과 아트 콘텐츠 간 아트콜라보레이션의 선구자인 셈이다. 특히 마리킴은 협업 과정에서 자신이 작업해온 캐릭터를 절대 잃지 않았다. 유명스타인 2NE1에 맞추려다 자신의 작업 캐릭터를 무너뜨리는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협업이라고 할만했다. 아트콜라보레이션의 세계로 통하는 문이 마리킴의 작업으로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열린 그 문은 활짝 열리지 않은 상태다. 이어지는 아트콜라보레이션 작업들은 마리킴이 열어 둔 좁은 통로만을 조심스레 드나들 뿐이다. 캐릭터화나 애니메이션 작업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략적인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앨범마다 콘셉트가 다른 만큼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이 만능의 해법의 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답답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다행히 최근에 문을 더욱 활짝 열려는 시도가 시작돼 막힌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다. 걸그룹 에프엑스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 앨범 컴백과 함께 에프엑스는 ‘포 월즈(4개의 벽) 전시회’라는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4인조 그룹인 에프엑스의 타이틀곡 ‘포 월즈’를 발표하기 위해 컴백 전에 4개의 벽면에 프로젝터를 활용해 멤버별 영상을 공개했는데 전시라는 형식 자체가 파격으로 다가왔다. 음악을 통해 파격을 보여온 에프엑스다운 실험적인 시도였다.

일본에서 먼저 알려지기 시작한 걸그룹 디홀릭은 사진작가와의 협업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중이다. 단순한 무대의상이 아닌 아트를 입어보자는 시도다. 멤버들은 빔으로 쏘아진 작가의 작품사진을 얼굴과 온몸에 입는다. 멤버들 자신이 캔버스가 된 것이다. ‘컬러미’(좀 더 멋진색으로 나를 칠해줘)라는 앨범의 타이틀에 딱 들어맞는다.

미녀 아이돌이라는 캔버스 위에서 작가는 인공조명과 안개 속에서 순간마다 변하는 꽃송이(Blossom)를 보여준다. ‘홀릭’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풍경이다. 협업의 주인공인 류주항 작가는 이같은 작업에 대해 “새 앨범의 콘셉트와 디홀릭이라는 이름의 아이덴티티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에이젼시 더트리티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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