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탈당파 복당 문제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아무런 상의 없이 복당 문제를 결정한 데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이 결정되고 5시간이 지나자 17일로 예정됐던 고위 당정청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거취 문제를 심각히 고민하겠다”란 말을 남긴 채 당사를 떠났다. 친박계는 “비대위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며 폭발했다.
혁신비대위는 16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철통보안을 유지하며 복당 문제를 논의했다. 회의는 150분 가까이 진행됐다. 11명의 비대위원이 당사 6층 회의실로 모이자 배석자들은 모두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회의실에는 11명의 혁신비대위원만 남게 됐다. 혁신비대위는 복당 문제에 대한 결론을 오늘 낼지 다음 주에 낼지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지지부진한 공방만 이어가자 외부 비대위원이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자는 중재안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이를 받아들였고 곧바로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다.
오늘 결론을 내는 것으로 결정되자 선별 복당과 일괄 복당을 놓고 또다시 대립했다. 복당 논란의 핵심인 유승민·윤상현 의원을 제외한 강길부·안상수·이철규·장제원·주호영 등 5명만 선별적으로 복당시킬지, 7명 전원을 일괄 복당시킬지가 쟁점이었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기존 입장만 반복하며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는 선별 복당을, 비박계는 일괄 복당을 주장했다. 치열한 신경전 속에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친박계는 외부 위원들을 등에 업고 선별적 복당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안심했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였다. 2차 투표 결과 11명 가운데 과반 이상이 일괄 복당에 표를 던졌다. 일괄 복당에 6표 이상이 나오자 개표를 종료하고 투표용지를 파쇄했다. 지상욱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직후 오전 11시 50분께 당사 기자실로 내려와 회의 결과를 알렸다.
김 위원장은 예상치 못한 결론이 나오자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깊게 쉬었다.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복당 문제를 이런 식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비박계 혁신비대위원들이 김 위원장을 압박하며 강하게 밀어붙였다”며 당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당사에 혼자 남아 고민을 거듭하며 오후 1시께 당사를 빠져나갔다. 이후 오후 3시께 국무총리실로 연락해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통보했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인 김선동 의원은 “김 위원장이 회의가 끝나고 상당히 오래 눈을 감고 계셨다”며 “당사를 나간 뒤 당정청 회의 불참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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