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대해 롯데그룹이 반격 모드를 취하고 있다. 국내 1~4위 법무법인(로펌)을 전면에 앞세우고 법리대응에 나서거나 주요 의혹을 정면 반박하는 모양새다. 1차 압수수색 이후 일주일 동안 숨죽였던 모습과 달리 검찰 수사 방식에 항의하기도 해 앞으로 검찰의 ‘창’에 맞선 롯데의 ‘방패’가 어떻게 펼쳐질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롯데는 검찰 수사에 대응해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비롯한 국내 1~4위 로펌에 사건을 의뢰했다. 아울러 검사장 등 검찰 전관 출신의 개인 변호사를 추가로 물색하고 있다. 아직 피의자가 확정되지 않은 단계지만 수사 단계부터 법리적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수사의 본류에 해당하는 정책본부는 김앤장의 차동민 변호사를 중심으로 수사에 대응한다. 차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2·3 과장과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출신이다. 여기에 세종이 롯데케미칼과 롯데상사를 맡기로 했고 태평양이 롯데정보통신과 롯데시네마를 담당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광장은 롯데면세점 로비 사건과 관련해 변호를 맡고 있는 터라 자연스레 그룹 수사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검 강력부장 출신의 변찬우 변호사와 서부지검장 출신으로 한화와 CJ그룹 사건 등을 맡았던 남기춘 변호사 등의 이름도 법조계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여론전에서도 수세 일변도를 벗어났다. 롯데는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자신들을 향한 의혹을 정면 반박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이 해외에서 석유화학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화학 업종과 관계없는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챙겼다는 의혹을 부정하는 내용이었다. 외양은 의혹 해명이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롯데그룹의 태세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또 롯데 내부에서는 검찰의 수사 방식과 언론에서 쏟아지는 의혹에 ‘억울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롯데가 변호인을 통해 검찰에 “수사 혐의를 외부에 알리는 것 아니냐”고 항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다만 내부 분위기와 달리 롯데가 검찰 수사 방향에 영향을 줄 만큼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17일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과 이봉철 롯데 정책본부 부사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등 연일 정책본부 4~5명을 소환하며 오너 관련 비자금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디지털 자료 분석을 마치기 전이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자료만으로도 사장급 임원의 진술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셈이다. /김흥록·진동영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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