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에서 대선 후보를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대의원 과반(매직넘버)을 확보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낙마시키려는 움직임이 다시 포착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트럼프를 대체할 후보를 뽑기는 어렵지만 트럼프의 최근 인종차별적 발언과 올랜도 총기 참사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속에 지지율 하락이 겹치며 트럼프 선거캠프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일간지 폴리티코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켄달 언루 등 콜로라도주 공화당 대의원 10여명은 다음달 클리블랜드 전대에서 지역 대의원들이 대선 후보를 ‘양심’에 따라 지명할 수 있도록 당 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당 규정은 지역 대의원들의 경우 상하원 의원 등 슈퍼 대의원과 달리 사전에 선언한 특정 후보를 반드시 지지해야 한다. 언루는 방송에 출연해 “나와 의견을 같이하는 대의원들이 ‘트럼프만 아니면 좋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지도부 일부도 전대 룰 변경에 찬성하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컬리 호그랜드 전국위원회 위원은 “대의원들이 경선 결과에 구속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지난 17일 “나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며 이른바 ‘양심 투표’ 논의에 불을 지폈다.
공화당에서 사실상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3~4월에 이어 다시 부상하는 것은 트럼프가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멕시코계 연방판사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고 올랜도 총기 참사에 오히려 증오를 자극하는 대응을 하면서 자질론이 불거져서다. 18일 한 정치전문매체의 조사에서 올랜도 테러를 전후한 트럼프 지지율은 39.2%에서 38.3%로 떨어진 반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43.7%에서 44.1%로 올랐다.
하지만 지역 대의원들의 대선 후보 지명 변경은 선거를 통한 민의를 왜곡했다는 비판 속에 관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션 스파이서 공화당 전국위 공보국장은 “트럼프는 16명의 경쟁자를 꺾고 공화당 경선에서 사상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며 “쿠데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도 전대 룰 변경 움직임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그 이야기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그것은 장난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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