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탈법을 양산하고 있는 현행 청약제도는 분양권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하고 있다. 정당 계약 전 분양권 거래 시장인 ‘야시장’이 전매 제한이 걸린 인기 단지에서도 어김없이 열리는 것이 단적인 예다. 불법으로 전매하는 과정에서 나중에 전매제한 해제 시점에 시세가 더 오르면 추가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매수인이 지불해야 한다는 각서를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야시장’, 성행하는 이유는 = 수도권 민간택지나 전국 공공택지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계약 후 각 6개월과 1년 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런 전매 제한 단지에서도 인기 아파트의 경우 밤 12시 청약 당첨자 발표에 맞춰 ‘분양권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점이다. 야시장은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이른 밤에 분양권을 사고 파는 불법 시장이다.
시장이 형성되는 주된 이유는 떴다방 등 일부 투기세력들이 통장 매입, 위장 전입 등 현행 청약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당첨된 물건을 계약 체결 전에 프리미엄을 얹혀 팔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건은 대개 타 지역에서 넘어온 ‘점프 통장’ 당첨분이 적지 않다.
실제로 대구시가 지난해 전매된 분양권 4,169건 중 거래 가격이 정상범위 밖에 있는 등 의심 사례 2,008건을 조사한 결과 이 중 275건이 위장 전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통장이 건너온 지역은 △경기 84건 △서울 51건 △부산 36건 △충청 28건 △경북 26건 △전라 23건 △경남 11건 △인천 9건 △기타 7건 등이었다.
심지어 일부 떴다방 업자들은 청약통장을 매도한 사람으로부터 공인인증서까지 넘겨받아 인터넷 ‘민원24’ 사이트에서 직접 허위 전입신고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거래가 낮추자’, 다운계약서 담합도 = 분양권 시장이 혼탁해 지면서 불법 전매는 보편화 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떴다방 업자들은 “바로 매수자를 찾아주겠다”며 계약금이 없어도 청약을 하라고 부추긴다는 전언이다.
‘다운 계약서’ 담합도 확산 되고 있다. 분양권 다운계약이 보편화 되면서 ‘정상가격’을 입력할 경우 기존 신고 건들이 ‘다운계약 물건’으로 의심 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매도인과 중개사들이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거래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분양권 거래 과정에서 매도자가 내야 할 양도소득세를 매수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이미 관행 시 됐다. 불법 전매의 경우는 추후 전매 제한 해제 시점에 시세가 더 오르면 추가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를 매수인이 지불 한다는 각서까지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떴다방 및 및 중개사들은 법정 중개수수료 보다 몇 배나 많은 200만~500만원 가량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청약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상태에서 거래가 과열되면서 (분양권 시장이) 투기의 장이자 탈세의 온상으로 변모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타인 명의로 당첨·전매 … 떴다방 부당이득 회수 어려워
업자에 통장 넘긴 수요자
수천만원 과태료 물어야
청약 통장을 매입해 분양권에 당첨된 후 매각해 부당이득을 올린 떴다방 업자들의 이익 회수에 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통장을 판 수요자는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국토교통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현행 법상 떴다방 업자들은 타인 명의로 당첨과 전매를 진행했기 때문에 다운계약 등으로 벌어들인 부당이익을 회수할 방도가 없다. 반면 500만~1,000만원 가량을 받고 통장을 떴다방 업자에게 넘겨준 수요자는 되레 수 천 만원의 과태료를 부담해야 한다.
최근 불법 분양권으로 이익을 챙긴 떴다방 업자를 구속 기소한 울산지방검찰청 관계자는 “과태료가 통장을 판매한 사람에게 부과 될 수 밖에 없다”며 “이 점 때문에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지검은 분양권 수사 범위를 시행사·건설사에도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건설사 등으로 확대 될 것으로 보인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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