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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개헌론 7공화국 서막인가] ‘5년 단임제 수명 다해’ 공감 ...권력구조 개편, 열린 논의해야.

왜 지금 개헌인가…"정책단절·국정혼란 폐해 끊어야" 공감

단임제는 장기집권 저지 초점

변화된 시대정신 제대로 못담아

5년 단위 정책 롤러코스터에

정부 말 따랐던 기업들 골병

미래 국가경쟁력도 크게 해쳐

1987년 6월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 및 5년 단임제 개헌이 이뤄지면서 직선으로 선출된 13대 노태우 대통령이 1988년 2월 취임식에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이때부터 대통령 5년 단임을 기본으로 6공화국이 시작됐다. /대통령기록관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난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만들어진 현행 헌법, 이른바 ‘87년 체제’로는 그동안 다양화된 사회적 요구와 변화된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에 근거한다. 87년 체제는 장기집권 저지에 주로 초점을 맞춰 국민이 직접 뽑은 5년 단임의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내년이면 소위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된다”면서 “개헌은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회에서는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6개 사회단체 연합체인 국가전략포럼이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 여야 중진 의원 다수가 참석했다.

이에 앞서서도 개헌 논의의 필요성은 공식·비공식적으로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우윤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안을 만든 뒤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로 개헌을 매듭짓자’고 구체적 시기와 방법까지 제안한 적이 있다.



여권에서는 ‘개헌 논의는 경제의 블랙홀’이라는 청와대 발(發) 개헌 경계론을 의식해 공개적인 논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친박계 핵심으로 당 사무총장을 지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지난해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외치를 (담당)하는 대통령과 내치를 (담당)하는 총리를 두는 것이 현재 5년 단임 대통령제보다 훨씬 더 정책의 일관성도 있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며 개헌을 주장했다.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시나리오’의 가능성까지 언급해 당시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2014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오스트리아식 이원정부제’를 언급했다가 하루 만에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개헌논의가 봇물 터지듯 나오면서 ‘열린 논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래야 각 개헌론의 장단점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현 87년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 중 하나는 ‘단임제’다. 우리나라 대통령 임기는 헌법에 5년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의 임기는 2~3년에 불과하다는 게 정설이다. 취임 첫해인 1년 차에는 정권인수에 힘을 써야 하고 2년 차부터 공약을 정책화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대 국회처럼 임기 중간에 총선이 겹쳐 있으면 결과에 따라 나머지 임기는 거의 레임덕(권력누수)으로 흘러 정책추진 동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한 인사는 “주요한 정책은 적어도 3~4년은 바짝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인데 3년 차만 접어들면 이미 힘이 빠져 실제 새 정부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5년으로도 부족한 국가 핵심 정책을 2~3년 안에 밀어붙이는 것은 한계가 있고 정부가 조급한 마음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게 되면 야당의 반대도 함께 거세져 충돌을 빚고 국정이 혼란을 겪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새 정부가 마음먹고 국정철학을 반영해 추진하려던 정책은 결국 흐지부지되고 5년간 치적을 되돌아보면 정쟁만 가득 남게 되는 희한한 정치가 87년 이후 계속돼 온 것이다.

새로 들어선 정부는 자신만의 고유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이전 정부의 정책을 완전히 지우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소모적인 관행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한 예로 이명박 정부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녹색산업을 핵심 성장산업으로 밀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녹색’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조차 없다. 같은 당 소속 대통령도 임기가 바뀌면 이처럼 정책 롤러코스터 현상이 심각한데 여야의 공수가 바뀌는 경우에는 정책이 완전히 손바닥 뒤집듯이 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권이 여에서 야로, 야에서 여로 바뀌게 되면 이전 정부 정책을 열심히 따랐던 게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미래 국가경쟁력은 고사하고 기업들도 5년 단위에 맞춰 춤을 추다 보니 글로벌 경쟁력이 생겨날 리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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