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동안 사태 추이를 관망하며 중립적 입장을 보이던 영국 내 헤지펀드들도 찬반으로 갈라서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총 4,000억달러(약 464조7,200억원)를 관리하는 영국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들이 최근 브렉시트 양 진영에 대한 기부를 통해 잇따라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RK캐피털매니지먼트의 마이클 파머 창립자는 브렉시트 찬성 진영에, 캑스턴연합의 앤드루 로 최고경영자(CEO)는 반대 진영에 각각 20만파운드(약 3억3,818만원)를 기부했다. 또 골드만삭스가 브렉시트 반대 측에 7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도 이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몰려 주요 정치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온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브렉시트 선거에 개입하고 나선 것은 투표 결과가 가져올 첨예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유럽연합(EU) 탈퇴를 지지하는 영국 내 헤지펀드들은 EU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금융기관에 대한 과도한 제재로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머 창립자는 “EU는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하다”며 “우리는 ‘(규제가 이미)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EU 잔류 지지자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런던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소외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로 CEO는 “10년 후 경제가 호재를 맞을지, 악재를 맞을지는 모르지만 EU와의 무역 파기가 끔찍하다는 점은 확실하다”며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경기침체와 엄청난 경제적 불확실성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다이먼 JP모건 CEO도 “고객들이 우리가 EU 안에서 거래하기를 원한다면 이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렉시트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런던에 기반을 둔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유럽 전체 헤지펀드 자금 중 75~80%를 관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시장 점유율도 2001년 9%에서 2014년 18%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뿐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도 브렉시트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며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가장 큰 단기위험요인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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