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공공투자는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수익률 5% 보장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서민용 임대주택은 김 대표 말대로 보증금과 임대료를 염가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지을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특수국채 매입이라는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국민 모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재정을 동원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임은 물론이다.
더 큰 문제는 야당 대표가 국민연금의 적정 수익률을 운운하면서 대기업 주식이나 해외 시장보다 임대주택이 낫다는 식의 구체적인 투자방향까지 제시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에는 엄연히 투자전략과 대상을 결정짓는 독립적인 기금운영위원회가 있는데도 이를 깡그리 무시한 월권행위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임대주택은 물론 공공병원이나 보육시설에도 투자하라고 압박하는 판국이다. 노후생활의 마지막 보루인 국민연금이 마치 쌈짓돈이나 되는 양 콩 놓아라 팥 놓아라 간섭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러잖아도 국민연금은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수익률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그런데도 야당이 내년 대선까지 국민연금 공공투자를 이슈화하겠다는 것은 표심을 확보하는 데 이보다 매력적인 공약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야당이 진정 국민연금을 허물고 싶다면 제 주머니를 털어 보전해주겠다는 각서라도 받아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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