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각각은 나름대로 연원이 있다. 이들 부처는 각기 따로 진행하던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산업부)와 코리아그랜드세일·K컬처페어(문체부)를 통합해 ‘코리아세일페스타(Korea Sale FESTA)’라는 이름을 확정하고 지난 21일 공개했다.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는 내국인 대상 쇼핑 할인 행사,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외국인 대상 쇼핑 할인, K컬처페어는 말 그대로 K팝 등 한류 이벤트다. 이들을 종합할 이름을 찾다 보니 ‘페스타’라는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를 내밀었다. 이는 이탈리아어에서 기원한 말로 ‘축제’라는 뜻이다.
행사만 잘하면 됐지 명칭에 민감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름이라는 것은 그 대상의 성격을 규정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학교든 기업이든 브랜드에 죽고 사는 이유다.
일단 코리아그랜드세일은 그럴듯하다. 이것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2011년 시작한 쇼핑 할인 행사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영어 명칭에 ‘코리아’나 ‘세일’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유가 된다. 문제는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침체에 빠진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내국인 대상 할인 행사를 기획하고 이를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렀다.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의 연말 쇼핑행사다. 단순히 여기에 ‘코리아’만 갖다 붙였다.
이후 명칭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새로운 이름을 공모했다. 다만 한 번 만들어진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그대로다.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덮어쓸 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전체를 일컫고 세부적으로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와 코리아그랜드세일·K컬처페어 행사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 관광산업에 정체불명의 명칭이 난무하고 있다. K쇼핑·K뷰티·K푸드·K투어 등 ‘K’ 시리즈는 이미 표준어 수준으로 사용된다. 한국산(産)이면 모두 K다. 여기에 서울 중구에서는 K스타일허브를 운영하고 있고 경기도 고양에서는 K컬처밸리가 공사 중이며 서울 종로구에서는 K익스피리언스가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 강남과 상암의 K팝·드라마 등 K컬처 대표 지역을 ‘K컬처존’으로 지정한다고 한다.
한류가 처음 만들어지고 K팝이 유행할 때는 그것으로 국가 상징이 됐다. 지금 참신함을 잃은 마케팅은 관광한국에 대한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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