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삼성의 SW 개발인력은 3만2,000명으로 구글의 2만3,000명을 능가한다. 그렇지만 스마트폰 운영체제(OS)에서는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종속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W 인력을 늘리는 데만 급급했지 그에 걸맞은 질적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SW가 중요하다며 품질업무를 해온 사람에게 개발업무를 시키기도 하고 SW 개발조직 임원조차 SW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러니 제대로 된 SW 인재가 키워질 리 없다. 오죽하면 “문제해결 능력으로 따지면 삼성 인력의 1~2%만 구글 입사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겠는가. 그룹 내 SW 인력을 대상으로 한 역량평가에서 절반 이상이 기초 수준 이하의 점수를 받은 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지금 소비자들은 TV나 스마트폰을 살 때 화질이 아니라 다른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따진다. HW로 경쟁하던 시기는 이미 끝났다는 얘기다. 구글·애플은 물론이고 샤오미 등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이 SW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 이유다. 특히 샤오미가 무서운 것은 가격 경쟁력만이 아니다. 자체 개발한 OS인 미유아이(MIUI)를 기반으로 샤오미만의 생태계를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참담한 SW 현실을 스스로 드러낸 삼성의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내만 빼고 모조리 바꾸자고 했을 때처럼 위기의식으로 무장하고 조직문화 혁신 등 SW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아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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