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키우는 매니지먼트사들이 연습생들을 위한 인성프로그램을 잇달아 가동하고 있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강인 등 아이돌 출신 연예인들의 사건·사고 연루가 이어지고 방송 중 예의에 어긋난 태도가 논란이 되는 일이 빈발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JYP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형 기획사를 비롯해 중견 기획사들까지 연습생들을 위한 인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사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내용은 기본 예의범절·공동체 의식·왕따 방지 교육부터 성교육까지 다양하며 심리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니지먼트사들은 ‘박유천 스캔들’을 계기로 성교육 강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미 알려진 대로 JYP엔터테인먼트는 연습생들에게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도 10대들의 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요즘 성교육 프로그램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박유천 등의 문제는 왜곡된 성 관념이 작용했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이외에도 아이돌 그룹의 해외 진출이 급증하면서 글로벌 매너 교육 등을 확대하고 있다. 강의를 통한 공동체 의식 및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 촬영 중 팬들이 관심을 보이자 이에 대해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던 걸그룹 티아라를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 도중 진행자에게 물병을 던진 ‘카라’의 구하라 등 숱한 아이돌이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매니지먼트사들은 스타덤에 오른 이후 인기가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돌 및 연습생들의 정서 문제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이런 경우 극단적으로는 우울증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 상담 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팀워크 강화를 위한 연습생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아이돌 특성상 그룹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팀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로 팀 내 ‘왕따’ 문제는 아이돌 그룹이 겪는 내홍 중 하나다.
이렇듯 매니지먼트사들이 아이돌 인성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음에도 스캔들을 넘어선 강력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매니지먼트사가 사기업이기는 하지만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기업인 데다 일부 교육의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종효 건국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기관의 경우 의무사항 등이 있는데 기획사에 유해 요소 등이 있는지 정부 주무 부서에서 확인할 필요도 있다”며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 연습생들의 인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매니지먼트사에서 연습생들의 인성교육을 전적으로 담당하라고 할 수는 없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요즘 연습생들의 연령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고 있다”면서 “학교와 가정에서 이뤄져야 하는 예의와 공동체 의식 등 사회화 교육을 매니지먼트사가 대신해서 담당하기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러한 교육은 가정에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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