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23일 무수단 미사일의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알리며 이례적으로 ‘화성-10’이라는 제식 명칭까지 밝혔다. 안으로는 결속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아무리 제재해도 소용없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이 노린 대외효과는커녕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공조가 더 단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관계도 보다 나빠질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마치 준비된 것처럼 대응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한국에 대한 동참 압력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넘어 다층방어 시스템과 대북 보복 무기체제 개발론까지 나온다.
가장 급한 나라는 일본이다. 군사력 보유와 행사를 금지한 평화헌법을 무력화하고 군비를 증강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은 유엔에 기대는 한편 미국과 군사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마치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다. 미국 역시 호기를 맞았다. 대중국 포위망 구축을 위한 한미일 삼각동맹의 확실한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을 같은 동맹의 틀 속에 넣기 위해 억지 화해까지 종용해온 미국은 한미일 정보 교류 수준 격상, 무기 시스템 통합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역설적으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을 도와주게 된 셈이다.
당장 이달 하순부터 한미일 공동훈련이 예정돼 있다. 하와이에서 27개국 해군이 참가할 ‘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림팩)’에 앞서 한미일 3개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들만 따로 미사일 경보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훈련에서는 미국의 육상 기지에서 전송하는 실시간 데이터를 3국 해군이 공유하게 된다. 이 같은 정보 공유는 미군 역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삼각공조체계 구축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해군 대장)은 최근 북한 미사일을 한미일 3국의 ‘공동위협’으로 규정하고 “무기체계를 통합해야 한다”며 공조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미 양국이 진행 중인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도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군은 사드 배치 논의가 무수단 미사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나 변화 움직임이 있다. 북의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만큼 사드는 물론 보다 고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미사일 도입론까지 나온다. 군은 기존의 이지스함 3척을 개량하고 신규로 3척을 더 도입, 이 같은 능력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미국의 반대에도 우리 군이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 시설을 핵으로 선제공격하는 방안도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가 완전 성공하지는 않았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6발을 시험발사했는데 1발만 성공했으면 성공률은 불과 17% 미만. 실전배치된 무기의 신뢰성 치고는 최악의 수준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가 23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성공 여부를 단언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허풍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 출연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6년부터 실전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무수단 미사일의 신뢰성이 이제 겨우 검증받는 단계라면 무수단급 이상의 사거리를 지닌 북한의 전략 미사일들에 대해서도 실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기술 수준이 생각보다 떨어지더라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화성-10호’의 발사 전후 사진을 보면 그동안 각종 행사에 동원된 미사일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발사 차량의 바퀴 부분에 이례적으로 방호막(사이드 스커트)이 설치됐으며 원형인 구소련의 R-27에는 없는 보조날개도 달렸다. 8개의 벌집 모양 보조날개는 북한이 단순 모방에서 벗어나 미사일의 특성을 이해하고 마음먹은 대로 개조할 수 있는 수준에는 도달했다는 점을 말해준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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