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 “앗, 더러워!”, “실망이야“, “뉴욕 아닌 것 같아”, “여긴 왜 이렇게 지저분할까?”, “너무 구식이다“
뉴욕을 처음 방문한 친척, 친구, 지인들의 반응이다.
아직도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 와 ‘가십걸’의 환상을 꿈꾸는 이는 예전보다 없겠지만, 뉴욕 지하철은 기대했던 뉴욕 환상을 깨는데 1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쥐가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사람이 지나다니는 계단에서 쥐가 피자를 옮기는 모습이 포착되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뉴욕에 지하상가가 조성되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어둡고 삭막하기만 한 뉴욕 지하철 분위기가 한껏 밝아지며 뉴요커들의 출퇴근길이 즐거워질지 기대가 크다.
뉴욕 전철역은 모든 입구에서 전철표를 살 수 있는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화장실이 있는 것도 아니며, 열차가 곧 도착한다는 알림은 그나마 최근에서야 볼 수 있게 됐다. 한국 지하철이라면 그 흔한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도 아직 몇 군데 없다. 서울처럼 전철역의 스크린도어 설치와 깨끗함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니 기대는 다 했다. 지하철 내 방송은 오디오시스템이 구식이라 그런지 알아듣기도 힘들다. 그나마 문이 자동인 것에 대해 감사해야할까.
IT 강국인 미국 내 제 2의 실리콘밸리이자 실리콘 앨리라고 불리우는 뉴욕에서 최근 생긴 1,450만달러(약 183억원)짜리 지하상가 ‘턴스타일(TurnStyle)’ 은 나름 혁신적이다. 팝업 스토어를 포함해 20군데의 식당 및 카페와 17군데 소매샵은 아직 신기할 뿐이다. 지하이지만 깨끗한 거리의 커피향은 상상만 해도 기분좋고 음식점, 다양한 스낵바, 플라워샵, 와인샵, 옷가게, 애완용품 샵 등 새로운 브랜드위주의 샵으로 볼거리가 늘었다. 물론 그랜드센트럴 역, 펜스테이션 역, 록펠러센터 지하에도 샵들이 즐비하지만 대다수는 패스트푸드나 프랜차이즈 위주 샵이지 한국처럼 지하상가 느낌은 별로 없다.
세계 기록으로 인정받고 기네스북까지 오른 인천의 신부평지하상가는 이미 1978년에 개업했으며 1,408개의 점포가 밀집되어있다고 한다. 그것도 아닌 서울 강남역, 명동, 고속터미널에 비하면 눈곱 만큼도 되지 않는 사이즈인데 왜 이제서야 생긴건지 안타까우면서도 꽤나 반가운 소식이다.
뉴욕의 지하철 개발이 이처럼 다소 낙후한 이유로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 운영 비용이 꼽힌다. MTA는 뉴욕을 중심으로 도시권 지역의 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MTA는 정부 부처도, 국가 도시교통 관할 운영기관도 아닌 사실 민영기업이다.
여기에 뉴욕의 지하상가 턴스타일을 만든 개발업자인 수잔 파인씨는 MTA 와 20년 리스를 계약했다. 짓는데 약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야심찬 개발 프로젝트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1,200만달러(약 151억원)를 투자한 골드만삭스의 힘 또한 컷던 것 같다. 턴스타일의 프로토타입으로 보고있다니 앞으로 지저분한 인식의 뉴욕 지하철역이 얼마나 깨끗하게 변화할지, 새로운 관광지가 될지, 혹은 한국 지하상가를 능가하는 새로운 컨텐츠가 나올지 기대가 된다.
줄리김 뉴욕 맨해튼 컨설팅사 Do Dream 매니저(교육파트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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