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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시작된 영국 표정은]

비·돌풍 날씨가 막판 변수로

"결과 상관없이 혼란 지속"우려

23일 정오(현지시각)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 인근에 마련된 한 투표소는 한적한 모습이었다. 킹스크로스역은 한국의 서울역처럼 런던 시내를 연결하는 지하철은 물론 인근 도시로 향하는 철도의 중심이다. 오전7시 선거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출근하기 전 투표를 하려는 직장인들이 투표소 바깥에 줄을 서는 등 북적거리는 모습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와 돌풍으로 유권자들의 발길이 줄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선거 당일 날씨가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며 투표가 오후10시까지 진행되는 만큼 저녁에 투표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침보다 투표소를 찾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었지만 선거 직전까지 EU 잔류와 탈퇴 지지율이 팽팽히 맞섰던 만큼 투표소에 들어가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이날 투표소 앞에서 만난 30대 회사원 앨런 파커씨는 선거 당일에야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며 “나와 같은 사람들은 오늘이 오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투표가 끝나고 영국과 유럽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이번 선거에 따른 혼란이 지속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선거 마지막까지 가장 뜨거운 쟁점 사안이던 이민자 문제를 이야기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스페인 출신으로 영국인과 결혼해 국적을 취득한 잔 코르넷씨는 브렉시트 찬성파를 비판하며 결과가 EU 잔류로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내가 영국에 온 것은 전혀 정치적인 결정이 아니었는데 일부 영국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영국시민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국 내 많은 이민자들이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여론조사에서는 브렉시트 찬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아침 영국 석간신문인 ‘이브닝 스탠더드’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잔류 지지자는 52%로 탈퇴지지자(48%)보다 다소 많았다. 하지만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도 12%에 달했다.

유고브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EU 잔류 지지자가 51%로 탈퇴(49%)보다 2%포인트 앞선 반면 같은 날 오피니움 조사에서는 EU 탈퇴가 45%로 잔류(44%)보다 1%포인트 높았다. 유고브의 한 관계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를 앞두고 여론이 50대50으로 갈리는 양상”이라며 “투표함을 열 때까지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유럽 정상들은 마지막까지 영국에 유럽과 함께하자고 호소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날 성명에서 “이제 모든 결정은 영국시민들에게 달렸다”며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미래가 이번 투표에 달렸다”며 “브렉시트가 되면 영국은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잃는 등 경제적으로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영국의 정책 결정자들과 유권자들은 국민투표 이후에 어떠한 형태의 재협상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EU에서 나가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영국 파운드화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이 브리메인(Bremain, 영국의 EU 잔류)에 베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날 뉴욕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0.9% 급등한 파운드당 1.4844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나흘 동안 5% 이상 급등한 것으로 지난해 12월28일 이후 기록한 최고치다. /런던=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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