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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칼럼] 박근혜 대통령의 尾生之信

세종시 원안 고수 밀어붙이더니

신공항 백지화로 자기부정한 꼴

동남권-영남권 언어유희만 남아





“박근혜 대통령은 영남권신공항 백지화로 미생(尾生)이라는 청년을 두 번 죽인 꼴이 됐네그려.”

“무슨 말이야?”

“모르겠어? 지난 2010년 이명박(MB) 정부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끝까지 반대했잖아. 그러자 정몽준 당시 대표가 미생지신(尾生之信) 고사를 동원해 어리석은 미생과 같다고 비판했고 박 전 대표는 죽음을 무릅쓰고 약속을 지킨 미생보다 약속을 안 지킨 애인이 오히려 진정성이 없다고 되받아쳤지.”

“그런데 왜 미생을 두 번 죽였다는 거야.”

“어허∼, 그랬던 박 대통령이 지난 산업은행 민영화 건을 어떻게 처리했어. MB정부가 민영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에서 개정안까지 통과시킨 산은을 후임의 박 정부가 완전히 뒤집어버렸잖아. 엄연히 국가의 정당한 의결 과정을 거친 정부 정책이었는데도 뭐가 못마땅해서 미생의 목을 조르면서까지 산은 민영화를 취소해버렸는지 몰라. 지금 산은 꼴을 봐. 주인 없는 공백을 모피아 정피아가 마음껏 휘젓고 산은 종사자들마저 제 몫 챙기기에 눈이 벌건 상태 아닌가. 완전히 국가 경제의 골수암이 돼버렸잖아. 만일 그때 민영화에 성공했다면 이런 혼란도 발생하지 않았겠지.”

“국정철학이 다르다고 했잖아. 그리고 MB와는 앙숙이었으니까.”

“좋아, 앙숙이었으니 그랬다고 쳐. 하지만 영남권신공항 백지화는 어떻게 설명할거야? 산은은 남의 정책이니 그렇게 했다 해도 이번 문제만큼은 자신이 낳은 미생의 목을 비틀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을 걸.”

“영남권신공항 문제도 박 대통령만의 것이 아니라 이미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어져온 것 아닌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MB도 자유롭지 못하잖아.”



“하긴 그렇지. 연결고리를 설명하자면 20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었나? 부산·울산·경남 지역 상공인 간담회에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건의를 받은 게 문제의 발단이었으니까. 여론 주도층인 지역 유지들 아니겠어? 노 대통령도 딱 잡아 거절할 수 없으니까 적당한 위치를 찾도록 하겠다고 얼버무렸지만 김포를 빼면 국내 공항이 모조리 적자인 마당에 또 하나 건설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그러니 시간만 끌게 됐고 다음 대선에서 MB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덥석 물은 거야.”

“그래 기억나. 하지만 MB정부에서도 타당성 조사에서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2011년 들어 신공항 백지화를 공식 발표했지. 그 때문에 국민에게 사과까지 했고. 그런데 어떻게 다음 대선에서 다시 살아난 걸까. 앙숙인 MB가 포기했으니 자기가 살려내 MB와는 다른 정치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가?”

“박근혜 후보로서는 라이벌인 문재인 후보가 신공항 건설을 다시 꺼내드는데 마냥 침묵하기가 곤란했겠지. 그래서 2012년 대선에서 다시 대선공약으로 부활한 거고. 그 과정에서 성격도 변했어. 명칭을 동남권에서 영남권으로 바꾸면서 경북 유권자들을 과녁으로 끌어들이는 꼼수까지 동원했으니까. 밀양이 떠오른 것은 그 때문이고.”

“으∼응, 그러니까 자네 말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공약인 영남권신공항을 백지화함으로써 산은에 이어 두 번째 미생의 목을 비틀었다는 것이구만.”

“이제 알겠어? 근데 여기서부터 유승민 스토리가 등장하게 돼. 동남권이 영남권으로 확대되면서 유 의원도 슬쩍 숟가락을 얹게 된 거야. 유 의원 지역구가 바로 대구공항과 인접한 대구 동을 아닌가. 이 지역 유권자들의 소원이 대구공항을 같이 쓰는 K2공군기지를 옮겨달라는 거야. 밀양이 신공항으로 선정되고 K2가 쫓겨나면 어떻게 될까. 공항 터에 부동산 개발을 할 수 있는 거지. 그가 18대에 이어 19대 국회에서 국회 국방위를 고집하던 이유가 있지 않았겠어? 하지만 영남권신공항 백지화로 자신의 공약도 자동적으로 물 건너가게 됐지. 잘만 했으면 부산의 김무성처럼 TK 맹주가 될 수 있었는데 꽤 유감일 걸.”

“혹시 박 대통령이 그런 정치적 포석까지 깐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흥미로워지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없겠나?”

“글쎄 난들 거기까지야…. 하지만 유 의원이라고 가만있겠어? 나중에 내각제 총리가 되면 다시 들고 나올까 모르지 으하하.” /이신우 논설실장 shinwo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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