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들은 일종의 수시채용 형식으로 직원을 뽑는 ‘발탁채용’ 제도를 악용했다. 이는 1차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직원 가운데 면접이나 인성검사를 통과한 사람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주는 제도다. 노조 간부들은 채용과정에 비정규직들에게 접근해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건당 7,000만~1억원을 챙겼다고 한다. 한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은 “8,000만원이면 발탁채용 때 무조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유혹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노조 간부들은 자신의 친인척이나 지인을 협력업체에서 잠시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꼼수까지 부린 모양이다. 형식만 다를 뿐이지 ‘현대판 음서제’에 다름 아니다. 이러니 ‘뒷배나 돈이 없으면 사실상 정규직이 되기 힘들다’는 자조가 비정규직 사이에서 나오지 않겠는가.
한국GM 노조 비리를 철저히 파헤쳐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책일 수는 없다.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대책조차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처지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 해소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제는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정규직·비정규직 격차가 고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동개혁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도대체 언제까지 정규직 귀족 노조의 모럴해저드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행을 방치할 생각인가. 한국GM 노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