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서 말다툼을 하던 중 여자친구를 창문 밖으로 밀어 죽음에 이르게 한 2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상훈)는 24일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A(28)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 광주 한 모텔 6층 객실에서 여자친구인 B(27)씨를 창문 밖으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모텔에 함께 투숙한 B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창문에 걸터앉은 B씨를 밀어 떨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가 스스로 분을 못 참고 투신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모텔 1층 화단으로 떨어진 B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원과 병원 간호사에게 “남자친구가 나를 성폭행하려 했고, 창밖으로 떠밀었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A씨가 모텔에서 갑자기 뛰어내렸다”고 119에 신고한 뒤 광주 서구 광천동의 한 PC방으로 달아났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당시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A씨가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고 핀잔을 주기에 1시간가량 다툼을 벌였다”며 “이 과정에 가슴 부위를 주먹과 발로 수차례 때렸지만 A씨를 성폭행하거나 밖으로 밀쳐낸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B씨가 일면식도 없는 119구급대원과 의료진에게 남긴 말은 임종 직전 마지막 명료한 진술이라며 그 신빙성을 인정했다. 또한 사망 직전 B씨의 진술, 추락 당시 B씨의 상태, 부검 결과 등도 살해의 근거가 됐다.
시신에서 발견된 여러 찰과상은 스스로 뛰어내리면 발생할 수 없는 상처이고, 특히 손바닥의 상처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창문 밖 케이블을 붙잡으려다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밀어서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119에 신고한 뒤 A씨가 B씨의 곁을 지키지 않고 현장을 벗어났다는 점 역시 살인의 정황을 인정하는 증거가 됐다.
재판부는 “B씨는 어린 딸이 있고 우울증 증상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보면 자살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A씨가 계획적으로 살해하려는 동기는 없었으나, 범행 직전 구직 문제로 다투다가 폭력을 휘두르고 우발적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인경인턴기자 izzy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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