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투표 직후 브리메인(영국의 EU 잔류, Bremain) 지지자들은 안도와 기쁨으로 환호했다. 투표 종료와 동시에 발표된 여론조사기관들의 최종 여론조사에서 브리메인 지지율이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이브닝스탠더드’는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모리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브렉시트 반대를 지지한 응답자가 52%로 찬성 지지자 48%를 4%포인트 차로 앞선다고 발표했다. 가장 먼저 개표 결과가 나온 지브롤터에서 EU 잔류가 95.9%로 압도적으로 앞선 것도 희망적이었다.
8시:첫 이변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13만4,324명의 투표자가 모인 선덜랜드였다. 브렉시트 찬반이 박빙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막상 투표함을 열자 탈퇴가 61.3%로 잔류를 압도했다.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선거구에서는 예상대로 EU 잔류 지지율이 높았지만 유권자 수가 적어 대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때부터 전체 지지율에서도 브렉시트 찬성이 반대를 2~3%포인트 차로 앞서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고 안전자산인 엔화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등 이상조짐이 시작됐다.
10시:판세가 초접전을 보이면서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변했다. 10만415명이 투표한 스톡턴온티스에서는 61.7%가 탈퇴를 선택했고 7만9,079명이 투표한 사우스타인사이드에서도 62.1%가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EU 잔류가 앞서기도 했지만 탈퇴를 압도하지 못했다. 뉴캐슬에서 잔류가 50.7%로 탈퇴(49.3%)를 가까스로 앞섰을 뿐이다.
12시40분:EU 잔류가 탈퇴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오히려 차이를 벌리면서 영국 현지 언론들도 국민투표 결과 브렉시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BBC는 ‘브렉시트 찬성 승리’ 예상을 내놓았다. 앞서 ITV 뉴스도 개표율이 50%를 넘긴 시점에서 브렉시트 가능성이 80%를 넘는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도 브렉시트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정치학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EU에 남을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들이 망신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실제 투표에서 브리메인 진영이 여론조사에서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내 최대 도박 사이트인 베트페어도 브렉시트 가능성을 기존의 20% 이하에서 51%로 끌어올렸다.
13시30분:BBC가 ‘브렉시트 진영의 승리’를 선언했다. 나이절 패러지 영국 독립당 당수도 “독립한 영국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 6월23일은 이제 독립기념일로 우리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브렉시트 승리를 선언했다.
15시: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는 없었다. 최종 집계 결과 영국 국민의 선택은 브렉시트였다. 51.9% 대 48.1%로 결국 영국은 EU와 결별하기로 했다. ‘완전한 통합’을 꿈꾸던 유럽의 이상에 좀처럼 치유하기 힘든 균열이 생긴 순간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가 된 것 자체도 문제지만 국민투표로 갈라진 민심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더 큰 문제”라고 보도했다.
/런던=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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