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켄연구소는 100년 동안 일본 기초과학의 뿌리 역할을 해왔고 지난 2004년에는 113번 원소 ‘니호늄’ 합성에 성공하며 아시아 최초로 원소를 발견한 국가가 됐습니다. 리켄은 2014년 이후 중이온 및 희귀동위원소(RI·Radio Isotope)빔의 산업적 활용을 강화하고 있고 성과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츠시 요시다(50) 리켄 니시나 가속기센터 산학협력팀장은 “1917년 설립된 리켄연구소는 1967년 와코시에 빔가속기를 구축해 거대과학 연구에 본격 착수한 결과 2004년 연구진이 113번 원소를 합성하는데 성공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면서 “이제는 가속기가 창출하는 RI빔 등을 민간기업과 함께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사업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리켄 가속기센터는 크게 두 가지 분야에 RI빔을 적용하고 있다. 우선 2014년 우주이용 반도체에 대한 조사시험에 착수했다. 반도체 기업 및 우주개발 기업과 함께 방사선이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 지구 외부로부터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지구 상에 날아오는 방사선인 은하 우주선(galactic cosmic ray)이 우주탐사선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리켄 가속기센터는 또 일본 유명 자동차업체와 함께 RI빔을 활용한 마모진단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희귀동위원소의 잔량을 측정해 물질의 경도를 측정하거나 깊이에 따라 상이한 희귀동위원소를 투입해 마모 정도를 측정하는 등의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업체는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제품의 수명과 교체시기 등을 정확히 추적할 계획이다.
리켄 가속기센터는 이들 두 가지 주요 분야와 함께 저강도 RI빔을 활용해 바이오분야 품종 개발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품질 벼와 염수에 강한 벼, 새로운 색상의 꽃, 씨 없는 꽃 등 30종의 신품종을 개발·보급해 연간 3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창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토모코 아베(55) 가속기센터 연구실장은 “후쿠시마 지진으로 일본 내 원자로 가동이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가속기 실험은 계속 진행해왔다”며 “RI빔을 활용한 농생물학적·산업적 활용은 인류의 발전과 행복을 키우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켄 가속기센터에 파견근무 중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문준영 연구위원은 “한국은 현재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 구축을 준비 중인데 50년 역사의 일본 리켄 가속기센터는 기초과학 연구 성과와 최근 산업적 활용 등의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며 “오는 2021년 완공될 라온은 한국의 기초과학 발전은 물론 산업 발전에도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대전시 유성구 신동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지구에 구축하게 될 한국현 중이온 가속기 ‘라온’은 세계 최초로 초전도 선형가속관을 이용하게 되며 온라인 동위원소 분리(ISOL), 비행 입사빔 분열(IF), ISOL+IF 방식의 적용이 가능해 IF만 이용하는 일본 리켄 가속기센터 중이온 가속기에 비해 약 1.3배 많은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할 수 있다. 빔 강도 또한 110배에 달해 한번에 많은 빔을 만들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윤종철 박사는 “라온은 새로운 원소의 발견과 생성의 원리를 밝혀줄 핵과학 연구시설 외에 질량측정시설, 물성과학시설, 의생명과학시설, 중성자과학시설 등 4개 응용과학시설이 들어서게 된다”며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창출하고 지원하는데 한 몫을 톡톡히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코(일본)=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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