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골프 명언을 그대로 확인시켜준 승부였다. 오지현(20·KB금융)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마지막 72번째 홀을 남겨뒀을 때까지만 해도 선두에 4타나 뒤져 있었지만 짜릿한 역전극으로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오지현은 26일 경기 안산 대부도의 아일랜드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최은우(21·볼빅), 여고생 아마추어 성은정(17·금호중앙여고)과 동타를 이룬 뒤 첫 번째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승부를 끝냈다. 우승상금은 1억4,000만원.
이날 17번홀까지 우승컵은 3타 차 선두 성은정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급반전이 일어났다. 더블보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던 성은정이 긴장한 듯 티샷 OB(아웃오브바운즈) 끝에 트리플보기로 한꺼번에 3타나 잃은 것. 여기에다 성은정과 동반한 오지현이 극적으로 버디를 잡으면서 먼저 10언더파로 경기를 끝낸 최은우까지 3인 연장승부가 이뤄졌다.
연장전이 벌어진 18번홀은 오지현에게 다시 미소를 지었다. 최은우와 성은정의 퍼트가 빗나간 뒤 오지현의 3m 남짓한 버디 퍼트는 홀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해 11월 ADT 캡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지 7개월 만의 드라마 같은 두 번째 우승이었다. 성은정은 김효주(21·롯데) 이후 4년 여 만의 KLPGA 투어 아마추어 우승을 눈앞에서 놓쳐 아쉬움을 삼켜야 했지만 공동 2위를 차지하며 ‘대형 기대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즌 4승의 상금 1위 박성현(23·넵스)은 3타를 줄였지만 1타 차이로 연장전에 가지 못하고 공동 4위(9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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