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위 철강사인 바오산강철과 6위 우한강철이 합쳐 세계 2대 철강사로 재탄생하면서 세계 철강업체 ‘빅3’ 가운데 두 곳이 중국 업체로 재편된다. 과잉공급 수렁에서 허덕이는 전 세계 철강업체는 합종연횡을 통해 공급개혁과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중국 철강사를 상대로 한층 힘겨운 경쟁을 벌이게 됐다.
차이신 등 중국 매체들은 27일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이 M&A를 포함해 양사 간 전략적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상하이주식시장에서 두 회사의 주식은 거래 중지됐다. 아직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연간 조강생산 규모로 중국 최대 업체인 허베이철강을 누르고 중국 최대 철강사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망했다.
차이신은 두 회사의 합병 추진 계획이 중국 당국의 철강 분야 공급과잉 해소와 산업 집중화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 노력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연간 조강생산 3,500만톤 규모의 바오산강철과 2,500만톤 규모의 우한강철이 합병하면 조강 생산능력이 6,000만톤에 달해 4,770만톤 규모의 허베이강철을 앞서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9,700만톤)에 이어 2위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불거진 두 회사 간 합병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과잉공급과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 탓으로 분석된다. 바오산강철은 지난해 순익이 전년동기 대비 80%가량 감소했고 우한강철은 지난해 75억위안의 적자를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내놓았다.
양사 합병계획은 또한 중국 정부 당국의 철강업체 공급개혁 움직임과도 연결돼 있다. 중국은 연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향후 5년간 철강 1억~1억5,000만톤을 감축하고 신규 철강사업 승인을 중단하기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각국으로부터 여전히 초고율관세 부과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달 16일 중국 냉연강판에 522%의 관세를 부과한 미국이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철강생산 감축을 재차 요구하자 중국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 한번 감산 약속을 하기도 했다.
중국 철강업계는 최근 1년간 6,000만톤가량 철강 생산을 줄였지만 지난해 기준 8억톤으로 세계 조강규모의 절반을 차지하는 생산량을 감안하면 감산과 공급개혁의 강도가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쉬사오스 국가발전개혁주임은 이날 톈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의 합병계획에 대해 “철강산업 과잉생산 해소 차원”이라고 설명한 뒤 “올해 중국 철강업계가 4,500만톤 규모의 과잉생산을 감축하고 18만명의 일자리를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철강과 함께 2대 과잉공급 산업으로 꼽히는 석탄 분야에서도 올 생산량을 2억8,000만톤 감축하고 70만명의 인원을 구조조정할 방침이다.
바오산과 우한 간 합병계획은 최근 들썩이고 있는 전 세계 철강업체의 생존을 위한 M&A 움직임에 가속도를 붙일 가능성도 크다. 앞서 지난달 일본의 최대 철강회사 신일철주금과 4위 업체 닛신제강이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겨내기 위해 합병했다. 인도 타타스틸은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4월 영국 내 공장을 매각하고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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