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창조경제 정책을 추진한 지 이제 3년이 좀 지났다. 때마침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급격히 전환시키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강도 높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이룬 과학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새 산업을 육성해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고용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창조경제가 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를 창출하려면 제2단계 ‘고도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양적 확대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새로운 방법을 도입해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
미국에서는 창업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네 가지 자원으로 과학기술 인력, 창업가, 벤처투자, 멘토링을 꼽는다. 실리콘밸리와 보스턴에는 수십년간 이러한 자원이 몰리며 수많은 도전을 통해 창업에 성공했고 이들의 성공이 또 다른 자원을 유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생적으로 구축됐다. 이들 지역의 성공적 경험과 축적된 방법론을 바탕으로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스타트업아메리카’라는 혁신경제 정책을 추진해 수많은 혁신기업을 탄생시키고 미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의 전기를 불러일으켰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미 국립과학재단은 I-Corps(Innovation Corps, 혁신특공대)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방법론으로 알려진 린스타트업 창업모형을 과학기술 연구자들에게 교육하고 이를 통해 실험실에서 도출된 연구 결과를 이른 시일 내에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 지난 5년 동안 600여개의 과학창업팀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학문과 시장의 현실에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험실에서의 성공이 사업화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I-Corps 프로그램은 사업화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에게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교육하고 자신의 연구성과나 아이디어에 대해 고객과 심층 인터뷰를 하도록 ‘반강제적’으로 유도한다. 고객을 만나 ‘주로’ 실망적인 대답을 듣고 돌아온 연구원에게 벤처 경험이 풍부한 멘토가 왜 그 기술이, 그 아이디어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가를 함께 분석해주면 연구자는 바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모형을 만들고 그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찾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기술기반 스타트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 투자확보와 사업화가 용이해진다. 아울러 실험에만 익숙해진 연구자는 훈련을 통해 ‘과학창업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 혁신생태계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도화된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나오고 있다. 연구소기업과 기술지주회사 같은 제도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지만 I-Corps 같은 선진기법을 통해 많은 과학창업가를 육성해야 선순환적 기술창업 생태계가 이뤄질 수 있다. 2014년 5월 미래창조과학부가 미 워싱턴DC에 설치한 코리아이노베이션센터(KIC)에서는 지난해 과기특성화대의 대학원과정 연구팀을 대상으로 ‘한국형 I-Corps’ 과정을 시범 실시했다. 프로그램을 마친 한 참가학생은 “자금이나 제도적 지원을 해줄 테니 창업을 해보라는 권유는 많았지만 이런 교육은 처음이었고 낯설고 어려웠지만 한번 해보니 실험실에서 만든 기술을 어떻게 사업화할지 명확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흔히 창업은 위험하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기법을 기반으로 지원되는 창업은 성공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예비창업가의 리스크도 많이 줄어들게 된다. I-Corps 같은 선진방법론으로 우리나라 창업생태계가 고도화하고 국민의 세금을 활용한 공공연구에 참여하는 많은 연구자가 활발한 창업을 통해 창조경제를 앞장서 이끌어가기를 기대한다.
김종성 Korea Innovation Center 워싱턴 D.C.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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