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외국사가 유독 한국만 리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내놓은 해명이 가관이다. 폭스바겐은 리콜 계획서를 깔아뭉갠 것도 모자라 “법을 어긴 적이 없어 배상할 수 없다”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마치 디젤차의 저감장치 조작(임의설정)과 관련된 법규를 만들지 않은 한국 정부의 과실을 탓하는 분위기다. 이케아 역시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3~6단짜리 ‘말름(MALM)’ 브랜드의 서랍장을 벽에 고정하는 도구를 제공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다며 보상을 회피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아직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둘러대는 대목에서는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외국 기업들의 뻔뻔스러운 행태는 허술한 대응으로 일관해온 정부 책임이 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미국의 리콜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이케아에 미국과 동일한 조치를 ‘권고’하는 공문 한 장을 달랑 보냈다고 한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가 “이케아 제품은 정말 위험하다. 제발 빨리 행동에 나서달라”고 강력히 경고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당국이 면피성 조치만 내놓고 소관부처가 아니라며 떠넘기기로 일관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국을 무시하는 외국사의 행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케아는 진출 초기부터 특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런 기업이 소비자 권리를 짓밟고 사과조차 꺼리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행여 할인공세로 한국 소비자를 끌어들인 폭스바겐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에는 정부와 소비자들도 한국을 우습게 보지 못하도록 확실한 응징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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