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이진동 부장검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삼일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이 모(29)씨와 배 모(30)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장 모(29)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상대적으로 챙긴 이득이 적은 회계사 7명에 대해서는 벌금 400만~1,000만 원에 약식 기소하고 단순 정보 누설 혐의를 받고 있는 19명은 금융위원회에 징계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 등 정식 재판에 넘겨진 6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31개 회사의 미공개 실적 정보를 파악하고, 이 가운데 14개 기업 주식 등을 매매해 6억6,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른바 ‘빅4’ 회계법인에서 근무 중인 이들 회계사는 학교 동문·입사 동기 등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이로 감사 등 직무 과정에서 인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해 주식 투자 등 돈벌이에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재판에 넘겨지거나 약식기소·금융위에 징계가 통보된 32명 가운데 특정 대학교 동문이 10명이었다. 또 삼일회계법인이 26명, 삼정KPMG가 4명,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2명 등으로 전체가 대형 회계법인 소속이었다. 이들 회계사는 아모레퍼시픽·다음카카오·엔씨소프트·제일기획·이마트·한샘·KB국민카드 등 대기업의 미공개 실적 정보와 증권사 예상 실적을 비교해 실적이 좋으면 산 뒤 공시 이후 파는 수법으로 수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얻었다. 또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외국 회사 이메일이나 소위 ‘사이버 망명지’로 알려진 메신저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문찬석 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자본주의를 지키는 파수꾼인 회계사가 오히려 시장 질서를 교란한 대규모 불법 행위를 최초로 적발한 사례”라며 “이들 회계사의 은행계좌를 상대로 추징보전을 청구, 범죄수익 전액을 환수했다”고 밝혔다.
/안현덕기자 alwa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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