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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에 은신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만에 자진출두함으로써 경찰의 '한상균 체포작전'이 종교시설에 대한 물리적 진압 없이 마무리됐다. 자진퇴거에 불응했던 한 위원장이 결국 조계사 측의 '중재'와 장기 은신에 대한 여론 악화에 떠밀려 자진퇴거했다는 점에서 향후 노동개혁을 둘러싼 노동계의 움직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은 한 위원장에 대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소요죄'를 적용할 계획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10일 오전10시 25분께 지난달 16일부터 자신이 머물렀던 조계사를 스스로 나온 한 위원장을 체포해 남대문경찰서로 이송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9시께 민주노총이 자진퇴거 공식 입장을 밝힌 뒤 10시25분께 조계종 화쟁위원회 도법 스님과 함께 관음전을 나왔다. 조계사에서 줄곧 법복을 입었던 것과 달리 민주노총 일원임을 강조할 수 있는 조합 단체복을 입었고 얼굴의 수염을 깎지 않아 다소 수척해 보였지만 자신의 지지자들을 보면 주먹을 굳게 쥐고 흔드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한 위원장은 자승 총무원장과의 면담, 기자회견 등을 갖고 11시17분께 일주문을 벗어나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한 뒤 남대문경찰서로 압송됐다. 이로써 24일간 펼쳐진 '한상균의 템플스테이'는 막을 내렸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월1일 노동절 집회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도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경찰을 줄곧 피해왔다. 그러다 1차 총궐기집회가 열린 지난달 14일 집회에 참가한 뒤 경찰 포위망이 강화되자 16일 밤 조계사로 피신했다. 이후 사실상 조계사를 '투쟁본부'로 삼아 정부의 노동개혁 반대 세력 규합에 나섰다. 하지만 1차 민중총궐기대회의 폭력시위에 따른 여론 악화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단 차원의 중재와 압박에 결국 자진출두하게 됐다.
이에 따라 경찰도 강제적인 물리력을 동원한 종교시설 진입에 대한 커다란 부담감을 떨치게 되겠다. 특히 노동개혁을 둘러싸고 노동계가 오는 16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경찰이 일단 큰 잡음 없이 한 위원장을 체포해 향후 노동계의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경찰은 한 위원장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과 함께 '소요죄'를 적용해 11일 저녁께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형법 제115조에 명시된 법조항이다. 경찰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기획한 1차 민중총궐기대회는 의사 표출을 위한 집회라기보다 사전에 불법폭력에 중점을 둔 것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소요죄를 적용할 경우 이는 1986년 '5·3인천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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