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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맞잡은 두 손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버스 안의 북측 가족과 밖의 남측 가족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별인사를 나눴다.
"조심히 가세요. 또 만납시다" "오래 사세요." 정해진 시간이 되자 버스는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60여년 이별 뒤에 이뤄진 남북 이산가족들 간 2박3일의 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우리 측 1차 상봉단 389명과 북측 가족 141명은 22일 오전9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진행된 작별상봉에서 작별의 아쉬움을 나눴다. 박용득(81) 할아버지는 "누님, 내가 내 차로 북으로 보내줄게. 그러니 오늘은 우리 같이 서울 가자. 2~3일 같이 자고 가자"며 눈시울을 붉히면서 북한의 누나 박룡순(82) 할머니에게 떼를 썼다. 북측 조카가 "통일 되면 만날 수 있어요"라고 하자 박 할아버지는 "내 가족, 우리 집에 데려오겠다는데 왜 안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북한의 오인세(83) 할아버지는 65년 만에 다시 만난 부인 이순규(85) 할머니에게 "지하공간에서 또 만나… (당신) 닮은 딸을 못 놓고 왔구나"라며 작별인사를 건넸다. 이순규 할머니는 "건강하슈, 오래 사슈. 며느리가 딸이고, 며느리고 그래요"라고 답했다. 아들 오장균(65)씨는 부인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벗고 오인세 할아버지에게 "만수무강하세요"라며 큰절을 올렸다. 오인세 할아버지는 상봉장에서 처음 만난 아들과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흥옥(80) 할머니는 북한의 오빠 리흥종(88)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오빠, 어떡해… 어떡해…"하면서 흐느꼈다. 이정숙(68)씨도 함께 손을 잡고 "아빠, 내가 또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볼게요. 어떻게 우리가 상상이나 했어요, 아버지가 이렇게 살아 계시는지…" 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북한 당국은 안내원 등 행사 관련 인원을 더 많이 배치해 감시·제지를 강화했다. 우리 측 취재진이 한 가족에게 다가가자 북한 안내원은 "합의된 사항이냐"고 물으며 제지하기도 했다. 북한 기자들은 계속 메모를 하며 가족들을 둘러봤고 카메라 기자들은 배우자·부자 상봉 등으로 주목 받은 가족들을 집중적으로 촬영했다.
우리 측 1차 상봉단은 이날 오후 육로를 통해 속초로 돌아왔다. 2차 상봉단의 이산가족 255명은 24일 방북한다. /박경훈기자 socool@sed.co.kr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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