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권력구조 개편에 쏠리다 보니 국민 대다수가 아직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관계에 논의가 국한될 수 있어 정치권이 개헌 논의를 이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헌의 필요성과 개헌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은 현 개헌론을 정치인들의 ‘권력 나눠 먹기’로 보고 있다. 기본권 개헌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치권과 국민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개헌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 사이의 괴리는 ‘정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의 주 무대인 국회에 대한 불신은 ‘식물국회’ ‘무생물국회’로 불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현 권력구조가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회에 권력이 집중되는 의원내각제를 선호하는 국민 여론은 현저히 낮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16일 CBS의 의뢰로 진행한 ‘권력구조 개편 방안에 대한 국민 인식 여론조사’에서 의원내각제를 지지한 응답자는 12.8%에 그쳤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는 각각 41%, 19.8%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헌을 진행한다 해도 국민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개헌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정치 문화의 성숙도를 높이지 않으면 개헌은 결국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개헌을 뒷받침할 탄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의 문제점으로 정당정치가 정착하지 못한 점을 꼽는다. 3김시대 때부터 이어져온 ‘보스 정치’ ‘패거리 정치’가 자리 잡고 있어 정당의 기반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20대 총선 당시 여야의 공방으로 선거구 획정이 지지부진했던 점, 여야의 공천 과정이 계파싸움으로 내몰린 점은 정당정치가 약하다는 방증이다.
정치가 권력자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시스템이 쉽게 무너져 버린다. 20년 만에 3당 체제로 바뀌었지만 3당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개헌 못지않게 왜곡된 정치 과정을 바로잡는 정치개혁 논의도 이뤄져야 하며 갈등 지향적인 운영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공천제도를 혁신해 계파정치를 종식하고 의원들의 소신과 양심에 따른 의정활동을 펼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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