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가족들이 IS와 석유 거래로 이득을 보고 있으며 IS가 시리아와 이라크 점령지에서 생산한 원유의 주요 소비자가 터키라고 주장하면서 위성사진 등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문제의 부도덕한 측면은 내 가족을 끌어들인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오히려 러시아가 IS와의 석유 거래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으며 곧 이를 공개하겠다고 역공을 취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옛 소련 공산당 기관지 ‘프라브다’처럼 거짓말로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냉전시대에 소련은 선전선동 기계가 있었고 그것은 매일 거짓말을 만들어 냈다”며 “이런 것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있는데 누구도 이런 소련식 선동에 가치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다시 강공을 펴며 터키 압박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행한 연례 대(對)의회 연설에서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시간을 두고 철저하게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무기 소리를 낼 생각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만일 누군가가 우리 군인들을 살해하는 비열한 군사범죄를 저지르고도 토마토(러시아의 터키산 채소·야채 금수 제재)와 건설 혹은 다른 분야의 제한(러시아 내 터키 기업 활동 제한)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크게 착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터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여러차례 상기시킬 것이며 그들은 두고두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고 위협했다. 터키의 전폭기 격추에 대해 즉각 군사적으로 대응하진 않겠지만 시간을 두고 여러 방법을 동원해 철저하게 보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푸틴은 또 연설에서 “터키는 IS가 시리아에서 훔친 석유를 팔아 돈을 벌게 허용하고 자신들의 주머니도 채우고 있다”며 IS와의 석유 밀거래설을 거듭 제기했다.
러시아는 이미 자국 전폭기 피격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터키산 채소·과일 금수, 터키 기업의 러시아 내 활동 제한, 터키인 근로자 고용 금지, 자국민의 터키 여행 금지, 양국 간 비자면제협정 중단, 문화 및 교육 분야 교류 중단 등의 제재 조치를 취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그동안 터키와 추진해오던 양국 연결 가스관 ‘터키 스트림’ 건설 사업과 관련한 협상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터키 외무장관이 이날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양자 회담을 하면서 악화일로를 걷는 양국 갈등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이틀간의 일정으로 베오그라드에서 개막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회의 일정과 별도로 따로 만나 예정된 양자 회동을 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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