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냐. 미국 차기 대선 후보가 둘로 좁혀지면서 날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 진영에서 벌이고 있는 가장 치열한 경쟁은 뭘까. 바로 패러디 경쟁이다. 상대방을 비틀고 풍자하고 상처 내기에 여념이 없다. 도를 넘은 것도 많다. 이 경쟁에는 슈퍼스타는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코미디 웹사이트 ‘퍼니 오어 다이(Funny or Die)’는 ‘트럼프의 협상기술:영화판’을 공개했다. 트럼프 역을 맡은 주인공은 ‘캐리비안의 해적’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으로 잘 알려진 조니 뎁. 트럼프로 분장한 이 슈퍼스타는 러닝타임 50분 내내 트럼프를 조롱한다. 한 소년에게는 “성공한 사람은 다른 편 사람이 없더라도 항상 전화통화를 한다(on the phone:‘자위행위’라는 뜻이 있음)”고 가르침을 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촌철살인 풍자는 압권이다. 5월 연례 만찬 연설에서 그는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가 외교정책 경험이 전무하다고 걱정한다죠?”라며 “솔직히 그는 수년 동안 숱한 세계 지도자들을 만났잖아요.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등”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미스USA 등 각종 미인대회를 주최해온 것을 빗댄 얘기다.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흠집 내기도 많다. 클린턴 얼굴이 그려진 화장실 휴지가 나오는가 하면 “만약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면 빌 클린턴은 더 이상 여자를 침대에 들이지 못하겠지”라는 풍자도 나돈다.
최근에는 아예 풍자 동화책까지 출간됐다. 트럼프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의 제목은 ‘어린이를 위한 첫 트럼프 책’이다. 이 책에서 의사는 트럼프 그림을 놓고 ‘아메리쿠스 트룸푸스종(種)’이라고 설명한다. ‘잘난 체 하기 좋아하고 돈을 마구 써대는 기업인’이라는 뜻이란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명예훼손에다 출판금지 소송까지 벌어지지 않았을까. 우리와 너무도 다른 미국의 풍자문화가 부러울 뿐이다.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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