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10월 14일. 미국의 유인 정찰기 U-2기가 쿠바 상공에서 중요 군사시설을 촬영했다. 다음날 영상사진을 판독한 정보 분석관들은 소련이 중거리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했던 순간’이라고 평가받는 쿠바 미사일 위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자칫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탁월한 협상 덕분에 극적으로 봉합될 수 있었다.
1978년 9월 5일 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안와르 엘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캠프데이비드로 초대했다. 중동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30년 동안 네 차례나 전쟁을 치렀고,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였다. 카터는 중동 문제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이집트 정상을 초청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중재자였던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너무 서둘렀고, 협상의 당사자인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는 상대를 인정하지도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지도 않았다. 고집만 부리다 끝난 이 협상 이후 아직까지도 중동에는 평화가 오지 않고 있다.
이처럼 협상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감정이 가진 사람이 살아가는 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이란 카드를 꺼내 들고 마주 앉을 수밖에 없다. 작게는 개인간의 문제에서 국가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상이 반드시 필요하며,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는 협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협상의 기술을 알아야 한다.
‘협상의 전략’은 20세기 전쟁의 시대에서 시작해 21세기 오늘날까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20가지 협상의 명장면을 모은 책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 캠프테이비드 협상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협상은 성공하기도, 경우에 따라서는 실패하기도 한다. 저자는 보여주는 성공한 협상에서는 지혜를 배울 수 있으며, 실패한 협상에서는 교훈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여전히 서로가 서로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남과 북에게 협상은 단순히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을 넘어 목적을 넘어 서로의 체제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존전략이다.
2004년부터 1년 반 동안 참여정부의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서 장관급 회담을 비롯해 다양한 회담에 참여하며 외교 전선의 선두에서 실전 협상을 경험한 저자가 협상에 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도 북한과 우리 정부가 유치한 벼랑 끝 전술을 번갈아 쓰면서 서로가 원하는 협상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양한 협상을 보여주지만, 저자는 시공간을 초월해서 언제나 통하는 협상의 비법은 없다고 단언한다. 똑같은 기술이라도 상황에 따라 맞기도 틀리기도 하고, 협상의 기술은 줄타기에서 균형을 잡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저자는 “상대의 의도와 나의 목표 사이에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의 사이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와 내편의 지지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서두르지 않되 기회를 잡아야 하고, 정확해야 하지만 얼버무려야 할 때가 있다. 또한 양보할 때와 얻어야 할 때를 적절히 판단해야 한다. 지금 지더라도 나중에 이길 수 있고, 이번에 양보하면 나중에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3만2,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