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멋진 남자들이 많았습니다. 이때 ‘멋지다’는 의미는 정(精)이 깊었다는 말입니다. 아내를 진정 배려하는 마음이 컸던 멋진 남자들 말입니다.”
지난 7일 동작도서관 세미나실에는 늦은 저녁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정창권(사진)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인생을 3배로 넓히는 조선의 이야기’ 첫 시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저서 ‘조선의 부부사랑법’에 소개된 퇴계 이황, 연암 박지원 등 아내를 마음으로 배려했던 조선 선비들의 이야기로 강의를 풀어나갔다. 정신지체 장애를 앓았던 아내를 진정으로 감싸 안았던 퇴계 이황, 늦은 나이에 벼슬길에 올라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의리를 지켰던 연암 박지원 등 선비들의 아내 사랑 이야기였다.
정 교수는 16세기 이전까지 남녀가 동등했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으로 이어갔다. “과거급제를 하고 관직을 높아져 집안의 격을 높이는 게 남자들의 역할이었다면, 집안을 다스리는 일은 여자의 몫이었어요. ‘집안을 다스리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는 게 조선시대의 가치관이었어요. 사실 의식주, 교육, 의료 모두가 집안에서 이루어졌던 때였으니 더 할 나위 없겠죠. 지금은 평균 4~5명이 가족의 구성원이지만, 예전에는 50~100명으로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였어요. 즉, 중소기업의 사장역할을 아내가 맡았죠. 남편이 정승이면 아내는 정경부인으로 인정을 받았던 시대입니다. 성 역할이 왜곡되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이며, 고부갈등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때는 일제시대에 접어들어서입니다.”
정 교수는 남녀 재산분할을 공평하게 해서 제사 등 집안의 대소사에 남녀 구분이 없었던 조선 전기의 상황을 역사적 사료로 설명해 나갔다.
중장년층 수강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강의에 몰입하는 듯 했다. 부부가 함께 참석한 김 모씨는 “어디서도 들어보기 어려운 강좌인 것 같아 신청했다”며 “강의 내용을 들으면서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많고, 새로 알게 된 역사도 있어 즐거웠다”며 활짝 웃었다. 이번 강좌는 총 4강으로 1강. 남녀가 평등했던 조선시대 부부 사랑법, 2강. 척추장애인 재상 허조가 말하는 조선장애인사, 3강. 괴짜 화가 최북이 말하는 조선문화사 4강. 물(水)도사 수선과 떠나는 전통시대 생활사 등으로 구성됐다.
한편 올해 4회째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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