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많은 실용주의자” vs “확신에 찬 유럽회의론자”
영국 언론들은 영국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 결선에서 맞붙게 된 테리사 메이(59) 내무장관과 앤드리아 리드섬(53) 에너지 차관의 대결을 이렇게 요약했다. 영국이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를 맞게 됐다. 7일(현지시간) 퇴임을 결정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후임 보수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보수당 하원의원 2차 투표에서 메이 장관은 199표로 1위를 차지했다. 리드섬 차관은 84표로 2위에 올랐고 ’알박기 출마’로 배신의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받은 탈퇴파 마이클 고브(48) 법무장관은 46표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보수당은 오는 9월8일까지 당원 15만명의 우편투표로 당 대표를 결정한다. 하원의원뿐 아니라 당원들 사이에서도 현재까지는 메이의 인기가 더 높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메이의 지지율은 63%, 리드섬은 31%다. 하지만 브렉시트 투표에서 ‘잔류’ 쪽에 줄을 섰다는 점은 메이에게 약점이다. 메이가 당선되면 ‘잔류파’가 ‘탈퇴’ 협상을 이끄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당 내에서는 ‘탈퇴파’가 우세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부분의 보수당원은 브렉시트를 지지하며 EU 탈퇴파가 차기 정부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메이에게는 이런 정서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두 여성의 대결은 ‘기성 정치인’과 ‘정치 신인’ 간의 대결이기도 하다. 메이 장관은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영국 중앙은행에서 일했고 금융 컨설턴트와 런던 기초의원을 지내다 1997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1998년 예비내각에 기용된 이후 교육, 교통, 문화·미디어, 고용·연금담당, 원내총무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보수당이 집권한 2010년 이후 최장기간 내무장관을 역임하고 있다. 리드섬 차관은 워릭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25년간 금융업계에서 종사하다 2010년 하원의원이 된 초짜 정치인이다. 내각 경험도 재무부 경제담당 차관과 에너지 차관이 전부다. FT는 “보수당원이 두 후보의 경험을 중시하느냐, 브렉시트에 대한 두 후보의 성향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두 후보의 견해는 정반대다. 중앙정치 경험이 많은 메이 장관은 ‘신중론’, ‘대처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정치 신인 리드섬은 ‘속전속결’이다.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의미한다”며 국민투표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메이 장관은 EU와의 탈퇴 협상을 최대한 끌면서 챙길 것을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이민자 억제를 위한 이동의 자유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더라도 EU 단일시장 접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반면 리드섬 차관은 이르면 내년 초 영국이 EU를 떠나는 패스트트랙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영국을 단일시장에 묶어둬서는 안 된다”며 “영국이 독자적으로 무역협상에 나서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