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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교수 "이승만·김구·안창호, 변혁적 리더십의 귀감"

서상목 인제대 석좌교수 '애기애타 리더십 연구' 강연

민족 수난기에 비전 제시

변화 이끌어낸 과단성

현대 사회에도 필요





“독립과 건국을 이끈 이승만·김구·안창호 3인의 공통점은 변혁적 리더십에 있습니다. 민족 수난기에 비전을 제시하고 한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어낸 과단성은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한 리더십입니다.”

서상목(69·사진) 인제대 석좌교수(도산안창호선생 기념사업회장)는 최근 서울 신사동 도산기념관에서 가진 ‘애기애타(愛己愛他) 리더십 연구’ 강연에서 “3인에 대한 평가는 각기 엇갈리지만 3인이 모두 보여준 리더십의 전형에서 배울 점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교수는 1990년대 초 보건복지부 장관과 13~15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지난 2014년부터 도산 기념사업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제껏 학계에서도 3인의 인물 비교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3인이 공통적으로 근대 한국의 변혁을 가져온 지도력을 발휘했지만 각기 다른 철학을 가졌기에 리더십 스타일도 전혀 달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은 파워 리더십 소유자라고 규정했다. 출중한 영어 실력과 미국 우드로 월슨 대통령과의 친분 등 미국 정관계와 교류를 바탕으로 한 외교독립론을 주창했다. 요인 암살 등 무력항쟁에 힘을 쏟았던 백범 김구의 독립 노선에는 뚜렷한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1940년 일제의 야욕을 경계하며 쓴 저서 ‘일본 내막기(japan inside out)’는 진주만 공습 후 뛰어난 예지력을 인정받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정적(政敵)을 용서하지 않는 흡사 마키아벨리즘의 리더십으로 마침내 건국 대통령의 타이틀을 거머쥐었음에도 독선적 통치 스타일로 빚어진 3선개헌, 4·19혁명 등 불행은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가 ‘열혈 혁명가’로 묘사한 백범 김구는 전형적인 카리스마 리더십이다. 서 교수는 백범이 윤봉길 의사 의거 등을 지휘하고 이후 일제의 탄압으로 쇠약해진 상해임시정부를 끝까지 이끌었다는 점에서 ‘임시정부 수호자’로 평가했다. 서 교수는 “민족주의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지만 무장투쟁론을 버리지 않고 남경·중경 등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임시정부를 지켰다는 점은 대단한 공적”이라고 말했다. 해방 후 좌우(남북)합작 추진을 위한 평양행을 고집했을 때 백범의 사상을 의심하는 세력도 있었다. 서 교수는 “당시 김일성 암살도 모의했을 정도로 백범은 확실한 우파였다”며 “다만 공산 진영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은 과오”라고 평가했다.

도산 안창호는 민중에 다가가는 이른바 ‘서비스 리더십’ 실천가였다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실제 미국 한인사회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공립협회를 조직하고 인재양성에 힘썼던 당대 리더십 최고 전문가였다는 것. 개인의 소아(小我)에서 시작해 국가·민족인 대공(大公)에 도달해야 한다는 도산의 대공주의는 민족개조론이나 인격수양론과 맥을 같이한다. 서 교수는 “자신을 아끼고 타인도 돌본다는 애기애타의 정치적 표현이 대공주의”라며 “도산 선생이 산재한 임시정부를 동분서주하며 통합시킨 후 임시정부 대통령에 이승만을 추대한 사실에서도 나타나듯 스스로를 낮추면서도 무실역행(務實力行)을 실천한 민족의 스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인은 절망적 시기에 독립과 강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정치세력들을 설득하고 힘을 한곳으로 모은 위대함을 보여줬다”며 “강한 정치력과 인내는 현재 리더십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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