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결정하면서 여당의 건의를 수락하는 형식을 취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 전원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특사를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표시한 바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 같은 형식을 밟은 것은 특사 결정이 그만큼 까다로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그간 국민적 합의가 없는 기업인 등의 사면에는 반대한다고 누차 밝힌 바 있다. 더구나 지난해 광복절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14인의 경제인을 비롯한 6,527명을 사면한 바 있다. 이번 사면은 2년 연속이자 정권 출범 후 세번째 특사다.
박 대통령은 사면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경제가 어려움이 많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겁다.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의 전기가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국민들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박 대통령이 ‘경제’와 ‘재기의 기회’를 언급한 것으로 미뤄볼 때 경제인과 정치인이 제외되고 민생 사범만 사면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재계와 정치권은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가장 먼저 고고도미사실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생존이 달려 있는 절체절명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협을 방치하는 것은 핵과 미사일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사드는 북한 이외의 제3국을 겨냥하거나 제3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할 이유도 없다”고 단언했다. “순수한 방어목적의 조치를 취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입지에 대해서는 “군사적 효율성 보장과 더불어 전자파 등으로부터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최적의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박 대통령은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믿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대구 지역 K2 공군기지(대구공항) 이전 문제에 상당시간을 할애해 발언하고 ‘통합 이전’이라는 해법을 제시한 것도 눈에 띈다.
현재 공군과 민간은 대구공항 활주로를 공동으로 사용한다. 군을 포함해 5~6개 기관이 활주로 및 부대 시설에 관련돼 있다. 대구 주민들은 이 가운데 전투기 소음을 유발하는 공군만 나가주길 바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구공항은 군과 민간공항을 통합 이전함으로써 군과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대구 인근에 신공항을 지어 기존의 전투기 소음을 없애되 새 공항이라는 호재를 받는 지역은 소음 피해까지 묶어서 가져가라는 처방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통해 “작전 운용성 유지와 전투력 향상,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대구광역시 전체의 경제 발전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번 처방은 김해 신공항 결정에 따른 대구경북(TK) 지역 실망 여론을 달래는 카드로도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사드 입지와 관련한 어떤 암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은 아셈 정상회의(ASEM Summit) 참석을 위한 몽골 방문(14~18일) 일정을 소개하고 “보호무역주의와 신고립주의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이 개방정책 기조를 선도하는 첫 번째 외교무대이니 꼼꼼하게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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