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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편한여행] <4> 아기와 함께 해외 여행-짐싸기 팁





‘아기와 함께 해외여행’ 지난번에는 가족 여행의 중심이 된 아이를 위해 어떤 숙소와 여행 동선을 짜면 좋을지 아주 간단히 사례를 들어보았습니다. 여행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즐기는 것이니만큼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은 정답이 아닌, 그저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다만 그 내용 중에서 필요한 내용을 쏙쏙 골라 활용하신다면 더욱 즐겁고 알찬 여행을 보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아이와의 여행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 할 수 있는 짐 싸기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아기 맞춤형 짐 싸기

사실 아이와 길을 떠날 때 짐을 싸면서 많은 분들은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아, 내가 왜 나간다고 그래서. 이 고생을 사서 하는가.” 저도 여러 번 반복하고 머리를 싸매고 ‘다신 나가지 않겠다’고 하고선 또다시 짐을 싸면서 지루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꿉니다. 밖에 나가는 걸 선호하지 않는 분들께서는 “저 사람 왜 저러나”라는 타박을 하기도 하지요. 뭐, 이것도 결국 사람마다 다른 취향 문제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한 곳에서 오랫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쉬는 것을 못 참는 성격입니다. 무엇이든 먹고, 보고, 말하고, 걷고. 오랫동안 자는 것은 좋아합니다만 깨어 있을 때 무료한 것은 견딜 수 없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아이도 아침에 일어나면 문을 가리키며 “어어 저기-(나가자는 이야기)”를 외칩니다. 가끔 아이는 나가고 싶어하는 데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여행이고 뭐고 생각하기 싫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휴가는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는 ‘무위’가 제일인데 아이가 온 이후에 그런 삶은 불가능해졌다고요. 우리보다 에너지가 활발한 아이에게 ‘가만히 있기만 하는’ 순간들은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해외여행을 나설 때 기대하는 것 중에 하나로 ‘기내식’을 꼽는 분도 계십니다. 어른들이 밥을 먹을 때 아이도 식사를 해야겠지요? 항공권 예약을 하실 때 미리 아기의 개월수와 이유식 신청 여부를 밝히면 어른들 식사 시간보다 조금 먼저 이유식이 나옵니다. 주 메뉴인 미음, 두유 한팩과 거버이유식(과일맛), 과일 주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항공사마다 구성이 약간씩 다르다고 합니다. /이수민기자


많은 분들이 이미 경험하셨겠지만 아이의 짐을 싸는 일은 항상 ‘여분’을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는 어른의 예상보다 오줌을, 응가를 더 자주 쌀 수 있고 물이 바뀌어서 배앓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앉지 말라는 더러운 곳에 앉아 옷을 더럽힐 수도 있지요. 그래서 아이의 짐은 어른들의 짐보다 곱절은 부피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쉽게 대체제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 짐 싸는 일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요.

제 경우를 돌아보니 아이가 영아일 때, 그리고 6~12개월, 돌 이후 때 각각 짐을 싸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신생아 때는 활동 반경이 좁은 대신 먹을 것에 초점을 맞춰야 했습니다. 뱃고래가 작아서 자주, 많이 먹기 때문이었죠. 6~12개월 사이에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동선이지만 대신 이유식이나 간식 등이 추가로 필요했습니다. 돌 이후 유아식을 먹기 시작한 이후에는 어른 밥을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아이만을 위한 식사’를 준비할 필요는 줄었지만 그만큼 넓어진 행동반경에 따른 뒷일을 예상해야 했습니다.

만약 6개월 이전의 아이를 데리고 해외 여행을 떠나셔야 한다면 모유나 분유 등 수유에 관한 준비물을 꼼꼼히 챙겨야 할 것입니다. 모유 수유 아가라면 엄마의 수유패드를 비롯해 간편한 휴대용 유축기, 젖병, 젖병 세제, 젖병 솔 등이 필수겠지요. 요새는 착유한 모유를 편리하게 담을 수 있는 1회용 저장팩이 잘 나와 있어서 몇 개를 미리 얼려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1회용 젖병도 나와 있어서(비닐만 갈아 끼우는 타입, 팔레트처럼 압축돼있는 타입 등) 부피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대신 얼린 모유가 상하지 않도록 보관을 잘 해야 합니다. 분유 역시 한번 먹을 분량을 포장할 수 있는 지퍼팩이 있어서 이를 활용하시면 부피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어린 아가들이니만큼 체온 조절이 어려우니 두께가 다른 담요들, 머리 흔들림 방지 쿠션, 여름일 경우 여행지에서 자동차 이동이 예정돼 있다면 카시트용 쿨시트도 가져가시면 좋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놀라지 않도록 집에서 사용하는 장난감을 챙겨가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기저귀는 평소에 쓰던 것을 아이의 배변 스케줄(?)에 맞춰 가져가되 넉넉하게 준비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가 부피 줄인다고 딱 맞춰 가져갔다가 기저귀 파는 곳을 찾으러 돌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정말 공포였습니다. 아, 그리고 일본에서는 현지에서 파는 기저귀를 사는 분들도 제법 보였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명성이 후퇴했지만 A사의 기저귀는 여전히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고, B사의 기저귀도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 제일 잘 나가는 상품 중에 하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는 기저귀 조달 압박이 덜한 편입니다. 그래도 영 찜찜하다 하시면, 아예 기저귀 한 팩을 들고가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압축 포장된 상태의 기저귀 팩이 따로 꺼내 싸는 것보다 부피가 적기 때문입니다.

이유식을 시작한 6개월 이후의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간다면 이유식이 고민일 경우가 많습니다. 얼린 이유식을 싸서 가는 방법도 있고, 시판 이유식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시판 이유식은 분말 타입, 액상 타입 등으로 다양한데 이전에 아이에게 줘 본 적이 있고 잘 먹는 제품으로 가져가시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듯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아프거나 입맛이 없을 때 잘 먹는 이유식을 챙겨가는 것도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여행에서는 갑자기 벌어지는 일에 대응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시고 우리 아이에게 제일 좋은 방법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시면서 가방을 싸시면 문제 없이 여행을 다녀오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병에 담긴 이유식을 몇 개 챙기고, 제가 만든 이유식도 얼려서 가져가서 여행 초반에 먹이는 ‘병행요법’을 택했습니다. 현지 슈퍼에서도 병 이유식을 사서 먹이기도 했습니다.

일본 오키나와 현지에서 구입한 병 이유식. 호박과 고구마가 주재료./이수민기자


돌 이전의 아기이고 아직 모유·분유가 주된 영양 섭취방법이라면 이유식을 하루 한끼 정도 집에서만큼 배부르게 주지 못했다고 해서 여행을 포기할 정도로 자책하시거나 우울해 하실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제가 여행을 다녀온 후 걱정과 자책으로 소아과 선생님께 고해 성사를 했더니 “어차피 이 시기의 아이는 이유식으로 먹는 연습을 하는 것일 뿐, 모유와 분유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니 어머니는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라고 하셨거든요. 아이에 따라 환경에 민감할 수 있어서 입맛이 오르락 내리락 할 수도 있다 들었습니다. 물론 부실한 끼니가 장기간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이 시기의 아이는 발달이 빠를 경우 스스로 걷기 시작하고 주변 사물에 관심을 많이 보이기 때문에 누워있는 이전 시기보다 여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놀 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카시트나 유모차 앞에 매달고 아이가 만질 수 있도록 하는 놀이 완구를 가져가시는 것도 좋고 (부피가 좀 있습니다만), 조그만 공을 쥐어 주는 것도 장시간 이동에 도움이 되었던 기억입니다.

어른과 비슷한 밥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된 돌 이후 아이라면 식사 준비가 좀 더 까다로워집니다. 저는 보냉백 안에 아이스팩을 여러 개 넣고,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따로 담는 방법으로 해외 여행을 준비했는데 비행시간이 반 나절 이상으로 길다면 이 방법은 보관상 어려워 추천하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대신 시판 이유식의 경우 냉장 보관 10일까지 가능한 제품도 있으니 이를 활용하시거나 취사가 가능한 리조트를 잡으셔서 아주 간단한 것이라도 만들어 먹이시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동결 건조 과일이나 치즈볼,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쌀과자 등도 함께 챙기시면 입이 허전한 아이에게 좋은 먹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으니 다음은 입을 거리입니다. 여벌의 옷은 필수겠지요. 아래 위 입는 옷 외에도 침받이, 손발싸개(신생아의 경우) 등도 넉넉하게 준비하시는 것이 편안한 여행을 위한 조건일 것 같습니다. 더운 지역으로 가시더라도 바람막이처럼 체온 조절에 필요한 옷을 챙기시는 것이 좋습니다. 덥고 햇빛이 강한 오키나와로 가실 경우 월령에 따른 아기 모자를 준비해 가시면 약한 아이 피부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기용 선블락도 잊지 마시고요. 저는 선블락을 꼼꼼히 지우지 못할 것 같아서 베이비용 클렌징 워터도 함께 챙겼는데, 이건 개인별 호불호가 갈리는 제품이기 때문에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이 목욕시 필요한 바디워시(또는 비누), 자주 쓰는 로션이나 수분젤, 모기 기피제, 손톱깎이, 상비약(소화제 백초, 엉덩이 짓무름 방지하는 비판텐, 상처연고 마데카솔, 면봉 등), 일회용 투약병, 구강 청결티슈(또는 치약과 칫솔), 체온계, 물티슈도 함께 가방에 넣어야 할 품목입니다. 아기와 바다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길 예정이시라면 아기 수영복과 방수 기저귀도 함께 챙기셔야 합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방문한 쇼핑몰의 모유수유실. 안에는 가방을 두는 곳과 엄마가 앉을 수 있는 편안한 의자가 있다./이수민기자


마지막으로 유모차. 그렇습니다. 이제 ‘대망의 유모차’를 논할 시간입니다. 유모차는 사실 종류도 너무 많고 복잡해서 사실 제가 어떤 유모차가 좋다고 말씀드리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개인별 선호와 취향의 문제입니다. 다만 여행을 가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유모차를 고르실 때 염두에 두셨으면 하는 기준은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행을 위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을 위해 휴대용 유모차에 이야기를 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우선순위가 있다면 조작이 쉬워야 합니다. 밀고 멈추고 접고 펴고. 이 과정이 무척 편해야겠지요. 유모차는 아기 엄마뿐 아니라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등등 여러 사람이 끌거나 접을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접고 펴는 게 쉬어야겠지요. 제가 오키나와에서 출국할 때 저희 애 또래로 보이는 아이를 안고 어떤 엄마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유모차를 분해(?)하고 계셨는데, 그분 일행도 모두 그걸 기다리거나 도와주시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디럭스 유모차로 매우 유명한 S사의 간판 제품이었는데 디자인이 예쁘긴 했지만 조각 조각(?)으로 나누지 않으면 기내에 넣을 수 없어서 불편해 보였습니다.

편하지만 승차감이 안정적인 것이 좋습니다. 조작의 편리성만 따지면 안전성과 승차감(?)을 놓치기 쉽다고 하는데 직접 매장에서 끌어 보시고 핸들링이나 아이가 허리를 걸터앉는지, 편하게 앉을 수 있는지, 많이 흔들리는지 등을 살펴보세요. 여기에 가볍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가벼우면 짐을 뒤에 매달았을 때 (아이가 없을 경우) 유모차가 뒤로 홀라당 넘어져서 ‘바이 바이~’를 외칠 수 있습니다. 일부 제품은 블로그 등에서 짐 실으면 넘어지는 유모차로 악명이 높습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분이라면 기내 반입이 가능한 제품으로 고르시는 것이 제일입니다. 별도 수화물로 맡기고 또 여행지에 내리자마자 기다리는 것도 곤욕입니다. 무엇보다 괌이나 오키나와 등 아이와 가는 여행지로 인기가 좋은 곳은 비행기 연결통로에서 내리자마자 유모차를 기다리는 분들로 인산인해입니다. 그만큼 오래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이도 저도 다 귀찮고 우리 집에는 디럭스(또는 절충형) 유모차가 이미 있다! 그렇다면 여행지에서 유모차를 대여하시는 법을 추천합니다. 전편에서 이미 언급했던 내용입니다만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호텔이나 리조트, 유명 관광지에서 제법 쓸만한 유모차를 빌려줍니다. 운이 나쁘면 지저분한 걸 쓰게 된다는 제보도 있습니다만 저는 상당히 탐나는 유모차들만 만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츄라우미 수족관처럼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낡고 평범한 유모차를 빌려줬습니다.

아이가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빌린 대여유모차에 앉아있다./이수민기자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법

밖에만 나가면 아픈 아이가 있다는 부모님들도 계시죠. 아마도 집과 다른 환경에 아이가 놀라거나 긴장해서 생기는 문제일 거라 생각합니다. 장거리 이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요. 대부분은 별 탈 없이 재밌는 추억을 만들고 오겠지만 떠나기 전에 여행지의 병원을 확인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짐 싸기 부분에서 상비약을 간단히 언급했는데요, 아이에게 별도의 약이나 기호식품을 먹이는 분들께서는 잊지 말고 챙겨가셔야 하겠지요. 저는 비타민D와 유산균 제재 정도를 짐에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다녀온 오키나와로 이야기를 한정하자면, 여행지를 결정할 때 한국어 또는 영어가 통하는 병원이 있는지가 꽤 중요한 조건이었습니다. 특히 대사관·영사관 등 우리나라 외교부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대도시의 경우 큰 탈은 없겠지만, 지방 소도시인 오키나와의 경우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전문의가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만약 일본이나 중국, 대만 등 인근 동북아 여행을 떠나신 경우 해당 지역에 의사소통이 가능한 전문의가 없다면 근처 한인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한국어 가능한 병원으로는 나하시의 카노우 클리닉이 꼽힙니다. 진료과목은 내과와 소아과, 소화기과입니다. 단순 감기의 경우 여행자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고, 일본인이 아니어서 우리나라 병원비의 10배는 비싼 진료비를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의사가 있다는 점에서 오키나와를 여행하는 가족들이 급할 때 찾는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내과와 뇌신경외과를 보는 겐카의원(源河醫院·오키나와시)도 한국어가 가능한 병원으로 오키나와 관광청은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오키나와 북부 현립병원 등 종합병원급 응급실에는 접수처에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배치돼 있습니다. 상주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만 일본어를 전혀 못 하는 경우 영어라도 통하면 한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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