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제약사들이 허가특허연계제도를 악용해 챙기는 부당이익을 행정처분을 통해 환수하겠다고 했던 보건복지부가 관련법 개정안을 다시 서랍 속에 집어넣었다. 법 개정으로 막고자 했던 복제약 판매금지 신청 남용 사례가 허가특허연계제도를 시행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12일 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입법 예고하고 이듬해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올렸지만 19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된 ‘오리지널 약제비 환수법’ 건보법 개정안에 대한 입법 재추진 일정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관련 정책을 추진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시장의 추이만 살펴보고 있다는 게 복지부의 공식 입장이다.
허가특허연계제도는 복제약 제조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약품 시판 허가를 신청하면 오리지널사가 식약처를 통해 최장 9개월간 해당 제품의 판매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의약품 특허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지만 오리지널사가 이를 남용하면 판매금지 기간 약값의 30%에 해당하는 부당이익을 챙길 수 있다.
건보공단은 시장에 복제약이 있으면 오리지널사에 급여로 약값의 70%만 주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100%를 줘야 한다. 업계와 복지부는 이렇게 입게 되는 건보재정 손실이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판단을 토대로 2014년 오리지널 약제비 환수법을 입법 예고하고 관련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오리지널사가 복제약 업체와의 특허 소송에서 패하면 판매금지 기간 취한 부당이익을 행정처분을 통해 환수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복지부 판단과 달리 허가특허연계제도가 2015년 3월 시행된 뒤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실제로 판매금지된 복제약 사례는 단 1건에 그치고 있다. SK케미칼이 일본 제약업체로부터 도입해 판매하고 있는 통풍치료제 ‘페브릭정’의 복제약이 판매금지됐던 게 전부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제비 환수 관련 건보법 개정안 입법 추진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판매금지된 사례가 1건밖에 없어 현재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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