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13일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김종인 대표가 당내 강경파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드 반대 당론을 채택하지 않은 가운데 문재인 전 대표가 이날 ‘사드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시한부 수장’인 김종인 대표는 점점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정부가 도대체 왜 이렇게 성급하게 졸속으로 결정을 서두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드 배치는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위기관리’는커녕 오히려 ‘위기조장’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고 공론화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이 뭐 그렇게 대단한가. 재검토하라고 한다고 그게 재검토가 되겠느냐”라며 “사드 문제를 놓고 단편적으로 싸우고 찬성이냐 반대냐는 논리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더민주 내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에 소속된 전·현직 의원 23인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사드 배치의 타당성 검증을 위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며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정기국회 예산편성에서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전날 열린 더민주 의원간담회에서 대다수 의원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 당론’이 채택되지 않은 것은 신중론을 견지해야 한다는 김종인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당내 주류의 좌장인 문재인 전 대표와 강경파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사드 반대’를 외치면서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의 해묵은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형국이다. 특히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8·27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당내 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김종인 대표의 리더십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평련 대표인 설훈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전대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의원들이 참고 있다. 이런 갈등이 계속되면 큰 사달이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전대 이후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더민주가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추미애·송영길 의원 등은 일찌감치 사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나윤석·박형윤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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